하층의 계단으로 내려온 나는 바쁘게 오가는 엔제교도에게 물었다. 제복 차림의 피곤한 느낌을 한 남성이었다.
"실례합니다`! 책임자는 누구시죠?"
"뭐!?"
무언가가 담긴 통을 들고 있는 어른에게 정중하게 물었지만, 말투도 거칠게 돌아왔다.
"책임자요. 높은 사람한테 용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오라고 들었는데요. 알고 있다면 당신도 괜찮고요."
"몰라! 조만간 돌아오지 않을까? 그럴 여유가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해라!"
술통을 건네받는다. 상당히 무겁다.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불꽃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냄새. 오늘은 내 감성을 흔드는 날인가?
"그걸 들고 오른쪽 계단 중간쯤에 있는 저기~...... 통! 통 더미에 두고 와! 한꺼번에 해치우자고!"
"아, 알겠습니다 ......"
책임자의 말을 듣지 못하면 할 일도 없으니, 남자의 말대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통을 쌓아 올린다.
"ㅡㅡ......!!!"
"......! ㅡㅡㅡㅡ!?"
조금 아래에 있는 바리케이드는, 지크와 넴에 의해 금방이라도 파괴될 것 같다. 골렘의 금속탄이 연이어 발사되고, 기사단의 용맹한 진격은 멈추지를 않는다.
좋아 좋아, 순조롭게 공격하고 있구나? 도와주고 싶지만, 나는 바쁘니 이만 실례할게.
"히힛, 용병 따위가! 이걸로 죽여 주마!"
"...... 이게 뭐예요?"
눈에 핏발을 세우며 흥분한 남자에게, 호기심으로 통의 정체를 물어보았다.
"이거? ............ 뭐,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잘 들어?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녀석들이 있잖아? 그놈들이 여기 오면 이 통에 불을 붙여라."
"제가요?"
"그래. 히히, 네가 해야 돼."
얼굴 가까이에서 부싯돌을 쥐어준다. 동공이 커진 아저씨는 그렇게 단단히 말하고서 계단을 오르려고 발끝을 돌렸다.
나도 바보가 아니다. 도끼눈으로 배웅하면서 나쁜 어른을 나무란다.
"그렇게 하면 모두에게 칭찬을 받을ㅡㅡㅡㅡ"
"퓻취!"
내 머리카락이 코를 간지럽혔는지 휴이가 재채기를 했다. 예의 그 불길과 함께 카우보이 모자에서 불씨가 살짝 떨어졌다.
불길은 통에서 흘러나온 검은 가루에 닿았다.
ㅡㅡㅡㅡ대폭발.
그럴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거의 무관한 나에게까지 닥칠 줄은 .......
하지만 괜찮다. 나를 버리려고 했던 남자도 휘말리게 할 수 있었다면 본전이다. 휴이만큼은 손만 내밀어 폭발로부터 보호해 준다.
" ......"
오늘따라 인연이 많은 폭염에 휩싸이자, 연기가 걷힌 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나와 휴이는 거의 알몸으로 서 있었다.
아무래도 통의 내용물은 화약이었던 것 같다. 그야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왕국군의 텐트 쪽. 먼 하늘에 있는 카게하와 미스트를 바라보며 갈아입을 옷의 준비를 부탁했다.
"어떡하지 ....... 이대로는 누구를 만나도 비명을 지를 것 같아. 전장에서 이래선 말이 안 돼."
일단 주위를 둘러본다. 왜냐하면 기사단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왠지 모르게 국부는 숨기고 싶다. 그리고 휴이도.
"............"
그다지 대신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것으로 대신해 볼까.......
.........
......
...
하층의 계단으로 돌아와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놀라며 바라보고 있는 어른에게 다시 물었다.
5~7명의 집단은 그 화약에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지, 절망감을 잔뜩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가차 없이 묻는다.
"실례합니다. 책임자분은 돌아오셨나요?"
"............ 돌아올 리가 있겠냐."
"왜요?"
"전선은 버려졌거든 ....... 저 폭염도 제정신을 잃은 동료가 자폭해 버린 불길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