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장 268화 등산가 마왕, 폭사 당할 뻔하다(1)
    2024년 06월 13일 17시 5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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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오랜만은 아니지만, 역시 벽은 좋다.



     때려도 좋고, 부숴도 좋고, 올라가도 좋고, 지워도 좋고, 집으로 삼아도 좋고, 무엇이든 다 받아들여주는 것이 벽이다.



     오늘은 올라간다. 생각보다 높지만, 한 번에 날아오르지 않고 정면승부로 착실하게 도전한다.



     뒤를 보면 저 너머로 큰 강이 있고, 숲도 있고, 산맥도 있어서 절경을 되새김질하는 느낌으로 가끔씩 바라보면서 등반을 즐긴다. 위의 문제가 해결되면 돌아오는 길에 낚시를 하는 것도 좋을지도.



     왜냐면, 매번 그랬던 것처럼 전력 외 통보를 받아서 할 일이 없으니까.



     작전도 '아무것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라고 들으면,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것이 고작. 봄의 후지산, 가을의 높은 산, 여름의 바다, 겨울에는 ............ 뭐, 겨울은 생각나지 않지만. 전골이라든가 있잖아. 전골의 야채는 너무 많이 먹으면 바보가 될 정도로 맛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도움을 준다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



     오르던 손이 멈춘다. 굳이 뛰어오르지 않아도 저 앞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오른쪽 코스로 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무모한 각오를 다진 얼굴로 온몸으로 기세를 몰아 ...... 뛰어들었다.



    "앗 ......!?"



     뛰어오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발을 헛디뎌서 절체절명............의 느낌을 내본다. 절벽에 손가락을 찔러 넣으면 멈출 수 있고, 설령 떨어지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은걸.



    "앗............"



     아슬아슬. 미끄러져 떨어지기 직전, 튀어나온 바위 끝에 오른손 손가락이 걸려 허공에 뜬다. 하마터면 수백 미터 아래에서 매쉬드 크로노가 될 뻔한 것을 피한 ...... 것 같은 착각을 해본다.



    "후우 ...... 하핫."



     큰일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멋진 미소를 지으며, 벽에 등을 돌리듯 몸을 뒤집어 왼손을 오목한 곳에 건다.



     그리고 눈을 감고 집중한다. 집중할 필요도 없는데, 정상 등정도 아홉 번째 도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듯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까마귀 울음소리 같은 새소리, 등반가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바람소리, 출발 전 렐가가 남긴 '그것만은 해둬'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



     그것들을 음미하며 마음을 정한다.



    "............!"



     오른손을 놓는다. 걸려있는 왼손을 축으로 하체를 들어 올려 절벽에 발을 걸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연속 동작. 실수는 죽음과 직결되는 세계. 정신과 체력이 모두 시험대에 오른다. 그것이 암벽 등반이다.



     그리고 다시 손을 뻗어 수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



    "............"

    "............"



     뭐야, 뭐야, 이 아이.



     옆에서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다.



     몰입형 등반가의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일부러 경로를 바꿔서 나한테 온 것도 알고 있다.



    "............"

    "그쪽으로 가면 돼 ......?"



     작은 손가락을 굽히며 나를 불렀다.



     파닥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으니, 그쪽에서 오면 되는 것을 .......



     벽에서 왼쪽으로 슬금슬금 움직여, 그 생물체에게 다가가 접촉과 교류를 시도한다.



    "......뭣?"

    "ㅡㅡ퓨이!"



     저질러버렸다.



     작은 아기 용에게 원한을 사게 되었다.



     힐데를 연상시키는 폭염으로, 등반가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내가 마왕 등반가가 아니었다면의 이야기지만.



    ".................. 쀼!?"



     예쁜 초록색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불길이 걷히고 나타난 멀쩡한 등반가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있다.



     깊이가 느껴지는 짙은 푸른빛을 띤 용의 새끼다. 아무래도 화룡의 일종인 것 같다.



     왜 이쪽으로 오라고 말했는지, 이 바보 같은 화력과 함께 이 두 가지만이 수수께끼다.



    "...... 너한테 화산 폭발을 당한 탓에, 이것 봐. 선글라스가 흔적도 없잖아. 이건 위에 도착했을 때 쓰려고 했던 건데........"

    "퓨이, 퓨이! 퓨이!"

    "우와! 뭔가 화가 났어!"



     용에게 논리는 통하지 않아서, 불합리한 분노로 반응한다.



     세레스의 축복도 허망하게, 분노한 용에 의해 등정을 저지당하고 만다.



    "삐, 삐, 퓨이! 퓨이!"

    "............"

    "퓨이? 퓨이퓨이퓨~이!"

    "............"

    "퓨...... 퓨이퓨! 퓨퓨이~!"

    "............"



     절벽 중턱에서 거칠게 날뛰는 아기 용에게 격렬한 설교를 듣게 되었다. 이게 정말 쉽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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