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장 267화 전쟁에서 유일하게 한가한 남자(1)
    2024년 06월 12일 23시 39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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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진영으로 향하던 릴리아의 발이 멈춘다.



     말 위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고는, 도저히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게 되었다.



    "............ 어머니는 죽었을 거예요."

    "정말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마을에 장을 보러 간 그 여자가 죽으면 이상한 소문이 날 수 있는데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소문이라도 내서 사건이 된다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할 텐데도?"



     등을 돌린 채,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가능성에 집착하게 된다.



     냉정하게 생각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도, 생겨난 의심은 확실한 희망을 낳았다. 저주처럼 새겨진 바람에, 릴리아는 그것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사실, 그날 이후로 엄마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렇겠지. 네년을 자작에게 보내기로 결정한 후, 녀석은 어느 곳으로 옮겼다."

    "꾸며낸 말인 게 뻔히 들여다 보이는데요."

    "내가 그 장소를 알려주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다고만 말해 두지. 또한, 지금 너라면 말 한마디로 그녀를 데려올 수 있을 테고."



     코몰리가 자신 있게 말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겼던 밝은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일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고단한 일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머니를 지금의 자리에 모셨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약속된 행복한 일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일상.



     바라게 된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더라도, 그것만은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만나고 싶은 마음은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속일 수 없는 마음이다.



     코몰리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실수라는 것을 알아채는 반면,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이 릴리아를 망설이게 한다.



    "............"



     사정을 파악할 수 없는 지크는 진위를 가늠할 수 없다. 지크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이니 다른 사람도 알아챌 리가 없다.



     옛 동거인끼리의 엉뚱한 대화만이 협상의 장에서 오가고 있다.



    "장소를 듣고 싶으면 우리의 항복을 받아들여."

    "............"

    "설령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그 여자가 죽었다고 해도, 확인을 한 뒤에 처벌하면 되는 이야기다. 그것도 계약서에 포함시키면 되고."

    "............"

    "그 영걸을 재주껏 홀린 거겠지? 그 정도의 조직을 이끄는 너다. 몇 명을 포로로 받아들였다 해도 잔소리로 끝날 일이다. 현명하게 살아라."



     지크는 이거야말로 목적이었나 싶어 눈을 가늘게 했다. 애초부터 정공법으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흑기사는 이미 왕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며, 분명히 특별하게 여겨지고 있다. 물론 릴리아가 진심으로 원한다면 코몰리 외 몇 명은 포로의 형태로서 죄를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럴듯한 대사가 쏟아지는 것을 일부러 지켜보게 된다. 이후를 대비하며 릴리아를 바라본다.



     코몰리가 비열하며, 릴리아가 고통스러운 갈등으로 내심 갈등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답은 과연.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결단을 내린다.



    "............"



     릴리아는 말없이 걸음을 재촉했다.



    "앗!?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거짓말이지......!"



     릴리아가 얼마나 어머니를 그리워했는지 아는 파터 가문의 식구들은, 확신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릴리아가 어머니를 배신하는 것만은 상상할 수 없었다. 둘이 있을 때 서로 웃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결과는 말도 안 된다.



    "그 릴리아가 엄마를 버렸어?"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은 거야!? 야, 너!! 듣고 있는 거냐고!"



     시끄럽게 떠드는 혈육들에게도 아랑곳하지 않고, 릴리아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 세상에."



     코몰리가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 부녀지간을 가장 잘 아는 코몰리는 릴리아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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