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장 267화 전쟁에서 유일하게 한가한 남자(2)
    2024년 06월 12일 23시 40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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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릴리아를 변화시켰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랑이 식어버린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어머니는 역시 죽었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그 사랑하는 부녀의 모습은 허상이었을까?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왜 .......



    "협상은 결렬이다. 너희들이 돌아간 것을 확인하는 대로 우리도 공세 준비에 들어간다. 기란과 함께 각오해 둬라."

    "큭 ......!?"



     이를 악물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코몰리 일행을 뒤로한 채,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들며 결론을 내린 지크도 말을 몰며 자기 진영으로 향한다.



    "............"



     친딸을 모욕하 듯한 발언을 반복반 코몰리를, 하쿠토는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다. 릴리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만큼 분노와 살의를 품고 있었다.



     고문해서 정보를 털어놓게 하면 되지 않을까. 돌아간 지크를 보면 그것은 악수일 테지만, 아무리 해도 그런 생각이 든다.

     



    "참아. 여기는 형식상이라고는 해도 협상의 자리이고, 그 아가씨가 참았다면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건 이치에 맞지 않지. 의리 없는 짓이기도 하고. 이 악연은 아가씨가 스스로 끝낼 거야."

    "...... 그래."



     침착하게 행동하는 단의 안내에 따라 함께 되돌아간다. 곧 다시 전선에 투입될 때를 생각하며, 일단 굳게 쥔 주먹을 풀었다.



    "하지만 전장에서는 용서하지 않아도 돼."

    "그래 ...... 부딪힐 상대가 생겨서 다행이야."



     개전이 기다려진다. 성가신 교섭인에게 분노를 불태우며, 두 사람은 이런 생각을 나누었다.



     이후 일찌감치 천막으로 돌아온 릴리아. 그 안에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렐가와 은밀한 곳에 서 있는 카게하의 모습이 있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아니면 히사히데가 들어온 순간 마안으로 알렸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한다.



    "...... 이 싸움이 끝나면 내가 알아보지. 땅을 파헤쳐서라도 찾아내겠다. 걱정할 필요 없다."

    "부탁해. 내가 그분께 말씀드릴 테니까."



     그러자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인님은 ......?"





     .........



     ......



     ...





     엔다르 사원이 내려다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에 그 모습이 있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긴 머리를 묶어 올리고, 아직 결말을 모르는 무대 위 배우들을 내려다보는 세레스티아.



     바람을 읽고, 땅을 알고, 사람의 마음을 풀고, 줄거리를 짜는 이단아가 결전을 바라본다.



     그 눈은 무섭도록 무정하며, 사람이나 천사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흐름에 따라 움직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정해진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조금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네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걸까요 ......"

    "...... 불안합니다."

    "리리아 씨의 모습을 보니, 담담하게는 끝나지 않은 것 같네요."



     두 명의 시종만을 거느리고, 떠오르는 의문에 답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은 노출을 줄인 새로운 기사복 차림으로 서 있다. 예전에는 발육이 좋은 가슴을 자랑하여 시선을 끌려고 했지만, 잘 어울리긴 해도 약점이 늘어난다는 꾸지람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갑옷이지만 방어 기능은 확보할 수 있다. 대신 몸의 라인을 강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어필하는 방식을 바꿨다.



    (.....크로노 님)



     며칠 동안 만나지 않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그 남자 생각뿐이었다.



     결전 후의 보상을 생각하라는 지시가 이미 내려와서, 어떤 것이 좋을지 고민만 하고 있었다.



    [나 말인가? 나는 ...... 또다시 둘이서만 훈련하는 것일까. 하는 도중은 물론이고, 돌이켜보아도 가장 행복했다. 가장 중요한,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도 최고의 선택이다]



     카게하는 이미 결정한 것 같았다. 그거라면 납득할 수 있다는 소망이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 중 하나다.



    "크로노 님 ......"

    "ㅡㅡ찍!?"

    "읏......"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환희로 마비된 몸이 즉각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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