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장 266화 비열한 호출(2)
    2024년 06월 12일 20시 33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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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트의 정보와 저쪽의 상태를 알려주마. 약점까지도. 기란은 아직 회심의 수를 숨기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항복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무죄 석방을 조건으로 한 사법 거래를 약속해줬으면 한다."

    "뭐!? 무슨 소리냐!! 그런 조건이 통할 리가 없잖나!"

    "어째서?"

    "국가 반역이라고! 왕국과 왕가, 왕국민을 적대시하지 않았느냐!"



     말 위에서 우람한 체격의 코모리를 향해 반론하는 것은 바겐뿐이었다.



     나머지 인원들은 코몰리의 말도 안 되는 발언에 할 말을 잃었고, 그의 정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죄 석방 따위에 응할 리가 없다. 만의 하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입에서 나온 말인지, 뻔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왕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텐가. 그들이 베네딕트에게 죽어도 좋다는 말인가?"

    "............"

    "다 죽은 뒤에,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고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아니, 여기서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귀공은 청렴결백한 왕국기사단의 제2기사단장이니까."



     증오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는 바겐에게 한 장 한 장 손패를 보여주며 몰아붙인다.



     사실 기란에게는 아직 무기가 있다. 여기까지 숨겨둔 마지막 비장의 무기가. 그것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왕국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베네딕트를 견제하는 왕국 측으로서는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한 수다.



    "......의기양양한 분위기에 말해두지만, 설령 바겐 공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해도 나는 거부한다. 너의 말 하나하나를 믿지 못하겠다."



     역시 이 남자는 쉽지 않았다.



     지크가 결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것은 눈빛과 말투에서도 분명했다. 그만이 파고들 틈새를 주지 않았다.



    "전하로부터 최종 결정권을 부여받은 것은 나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그쪽의 항복을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밖에 할 말이 없군."

    "저는 현재의 베네딕트가 취하고 있는 행동을 알고 있습니다만?"

    "내용은 상관없다. 아주는 아니지만, 너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저 쓸데없는 정보가 늘어나면 조금 더 귀찮아질 뿐이니까."

    "............"



     역시 관문은 지크였다.



     지크는 영리했다. 막상 왕국군이 열세에 처하면 신전 측과의 협상 역할을 자처하려는 배짱도 미리 읽었을 것이다.



     이 협상의 자리에서 비겁하게도 왕국군에게 붙잡혔다고 말하고서 다시 엔제교단 군으로 돌아설 계산까지도.



     그래서 코몰리는 반드시 데려오라고 적혀 있던 인물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하인에게 명령하듯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릴리아, 우리의 사법거래를 받아들여라."



     왕국 측의 시선이 그 소녀에게로 모인다.



     대표 중 한 명으로서 협상에 동행한 특별한 위치에 있는 기사단 단장의 소녀에게.



    "엥 ............"

    "............"



     무심결에 소리를 내뱉는 하쿠토도 예외는 아니다.



     지크조차도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소녀를 바라본다. 몇 초 동안만 놀람에 빠져 있다가, 금세 생각을 돌렸다.



     코몰리가 부담 없이 부르는 그 모습은, 몇 가지 관계를 연상케 한다.



     고용했던 하녀, 혹은 지인의 아이,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 그리고 .......



    "왜 그러냐. 빨리 안내해라, 릴리아."



     코모리는 부엉이를 머리에 올린 채 검은 수도복을 입은 기묘한 소녀에게 다시 말했다.



    "............"

    "치, 친아버지한테 뭐냐 그 눈빛은?"



     릴리아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살의가 담긴 눈빛에 내심 떨린 코모리는, 짜증이 나서 말을 더 세게 내뱉었다.



     메이드로서 그저 명령에 순종하고 겁에 질려 참기만 하던 릴리아의 반발은, 코몰리 일행을 강하게 분노케 했다.



     그것이 아버지라면 더더욱 그렇다. 건방지고 분수에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딸에 대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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