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3부 400+3화 Life Forbidden
    2024년 05월 29일 05시 00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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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도련님은 마법 공부에 열중하고 계신데, 몸은 안 단련하십니까?"



    "굳이 몸을 단련하지 않아도 신체 강화 마법으로 필요할 때 부스트할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하지만 마력 고갈을 일으켰을 때 곤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체력은 길러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습죠. 마지막 순간에 궁지에 몰렸을 때,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돈보다 마법보다 체력인뎁쇼."



    "확실히 체력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정신이 단련되면 마력도 늘어날 테니 운동하는 게 손해는 아닐지도."



    "만약에 도련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 받는 월급이 다 날아가 버릴지도 모릅니다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 지켜줘."



    "도련님 정도의 힘이 있으면 우리가 굳이 지켜줄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바보냐 너. 분위기 좀 읽어. 만약에 도련님이 삐지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상관없어. 그런 가식 없는 말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든."



     전생자 호크 골드로서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가운데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는 역사의 수정력 같은 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사소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극단적으로, 면접 날짜가 하루, 아니 한 시간만 어긋나거나 호위 모집 광고를 내는 타이밍이 하루, 아니 한 시간만 어긋났어도 올리브와 버질 일행이 면접을 보러 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침대에서 눈을 뜬 후부터 민트 선생님을 가정교사로 고용하기까지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운명이 그렇게 인도하는 듯, 오늘도 승마를 하던 도중 그리운 써니 골드버그가 내 병문안을 왔다.



     솔직히 처음엔 몇 월 며칠에 승마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문득 생각나서 승마를 한 날에 오다니. 우연이라기엔 좀 그렇네. 그녀의 방문을 전하러 온 것은 물론 로리에였다. 도망가지 않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건 내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일까?



    ㅡㅡ



    "아빠. 만약 내가 만약 써니 골드버그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물론, 즉시 파기해야지. 그 여자애가 지겨워졌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생떼를 쓰면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문득 생각이 난 김에 그런 말을 꺼냈다. 만약 내가 처음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왕립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평생 아빠 곁에서 니트로 지내고 싶다고 떼를 쓰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피클스 님과 공작가와의 인연이 사라지고, 앞으로의 전개가 크게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교장과 박사, 가메츠 할아범과의 연락은 할 수 없게 되겠지만.



    "호크. 아빠는 언제나 호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니 뭐든지 제멋대로 말해도 괜찮아. 어떤 소원이든 아빠가 다 들어줄 테니까."



    "고마워. 나도 아빠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아버지는 여전히 변함없는 아버지다. 비뚤어졌지만 사랑이 넘쳐흐른다. 그 사랑에 구원받은 나로서는 누가 뭐라 하든 나만 그 사랑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한다. 옳지는 않지만, 전부 틀린 것도 아니다. 사랑이란 그런 복잡한 것이라는 걸 지금은 아니까.



    (일단 크레슨을 데리고 와서 생각해 보자.)



     다음날 아침. 나는 올리브와 버질에게 노예시장에 간다고 말했다.



    "예? 노예 시장이요?



    "응."



    "그런 곳은 호기심으로 가지 않는 게 좋은뎁쇼? 기분이 가라앉아서 밥맛 떨어지기 십상입니다요."



    "알아. 조언해 줘서 고마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버질은 저택에서 집 보기. 나는 올리브와 함께 노예 시장을 방문했다. 설마 이미 팔려버렸을 리는 없겠지만, 그때는 돈다발의 힘에 의지하면 된다.



    "...... 무슨 일입니까?"



    "음. 실패한 것 같아서."



    "돌아갈 거면 지금 안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뭐, 그렇긴 하네. 그래도 나는 갈 거야.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군요. 용기와 야만용을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그래, 명심해 둘게."



     올리브가 자발적으로 목마를 태워주지 않는다. 게다가 왠지 존댓말로 말을 걸어온다. 고용주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지만, 아무래도 관계 형성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언행의 근본적인 본질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미성숙했던 나의 유치함과 거기서 비롯된 유치한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어른의 시선으로 볼 때 아직 어린아이구나, 하는 보호욕 같은 것을 느꼈을 것임에 틀림없다. 즉, 지금의 나는 마치 여성향 게임의 주인공으로 환생한 전파계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게임과 같은 전개를 따라가면서 게임과 같은 대사를 내뱉고 있지만, 그 외의 행동이나 대사에 담긴 열정이 약하면 상대방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는 그거. 힘들고 귀찮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는 것보단 낫지. 아이답게, 꼬마답게 같은 거.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기하려는 단계에서 이미 전제 조건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부탁이 있는데."



    "뭐지요?"



    "목마 좀 태워줄래?"



    "알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먼저 부탁을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뭐, 괜찮다. 부탁해서 들어주는 것은 아직 낫다고 할 수 있다. 딱히 떼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전생에서 16년, 환생 후 깨어난 지 13년. 정신연령 29세인 내가 설마 그럴 리가 없지 않겠어?



    "어때요? 잘 보입니까?"



    "응. 이거 괜찮네."



    "기뻐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떨어지지 않도록 잘 잡으세요."



     자, 산고양이 수인의 판매장은 어디였더라. 나는 불만이 쌓여 금방이라도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누워 큰 소리로 소리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싶은 심정을 무시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함에 짜증을 내고 있다. 화를 내서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화를 내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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