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으로 불러내려고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아직 이 세계, 혹은 이 세계선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불러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게 조절로 공중에 딱 정지하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소중한 애도였는데.
"그래, 아까 이야기의 계속이지만. 너희 하인들은 조용히 주인을 섬기는 게 일이잖아. 미묘하게 뭔가 대사가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상관없어."
일촉즉발. 내가 아는 로리에가 100레벨이라면 지금의 그녀는 70레벨 정도. 약하진 않지만 위협적이진 않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만약 내 힘까지 되돌아갔다면 저항할 수 없었을 테니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걸까?
"미안해.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너한테 분풀이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 여기선 그냥 눈감아 줄래? 넌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우리 서로 지금과 같은 관계로 가자. 그래야 아무도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테니까."
"......"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주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나를 돌아보지 않고 권총을 치마 속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저항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못하게 한 것이다. 그 정도라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고,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내가 이물질이라는 것을 그녀는 확신했을 것이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저 야한 걸 밝히던 아이였던 호크 골드가 마치 다른 사람 같은 것이다.
"OK, 질문은 나중에 받을게. 약속해. 하지만 지금은 안 돼."
"......"
"아, 그러고 보니 대답도 안 해 주네. 뭐, 어쩔 수 없지만."
그녀의 목 뒤쪽에서 얼음 칼날을 거두자, 그대로 뒷주먹이나 회심의 발차기를 날리지 않고 바로 거리를 두었다. 경계하고 있구나. 당연하겠지만.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복창."
"......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비명을 지르는 로리에. 변장용의 안경 너머에서 사살의 날카로운 눈빛이 날아온다. 미안, 어둠의 마법에 의한 계약을 사용하는 것은 가메츠 할아범과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처음일지도. 약속을 어기면 목숨을 잃는 저주. 그때는 정정당당하게 밝혔지만, 이번엔 너무 불공정한 속임수였으니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은 그게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지.
"너어!"
"도련님으로 불러야겠지?"
이유를 따지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 나는 슬프다. 왜 로리에와 이런 대화를 해야만 하는 걸까. 도대체 누구의 소행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시속성의 마법으로 시간을 간섭하려 해도 튕겨나 버린다. 미래로 갈 수도 없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또 예전처럼 듯이 평행세계로 이동시킨 것이 아닌가 싶어 세계의 벽을 부수려 해도 튕겨져 나간다. 컴퓨터 화면에서 에러가 표시되는 것 같은 불편함.
그 말은, 역으로 말하면 누군가가 분명히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므로 그 점에 관해서는 오히려 안심할 수 있었다. 원인이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면 된다. 문제는 그것을 하는 상대가 누구냐는 것이다. 그런 신 같은 짓을 할 수 있는 녀석, 누구야?
"...... 미안해. 조금, 아니 완전히 분풀이였어."
"......"
침묵을 지키는 로리에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싫다. 정말 싫다.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아니 두 번 다시 5살 아이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절할 생각이다. 어른이 된 내가 말했던 성가신 일이란, 혹시 이거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