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2부 399화 인습촌에 작별을(1)
    2024년 02월 22일 21시 45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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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가메츠 할아범한테는 나중에 밥이라도 사야겠어."



    "그래요. 그 정도의 권리는 있겠네요."



    "맛있는 내장전골집에 데려가는 것은 어떻스므니까?"



    "그거, 우리도 자폭 아냐?"



    "그 정도로 식욕이 떨어질 정도의 식욕은 아니지 않스므니까?"



    "음식에 죄가 없는 것은 맞아."



     바렌타 마을에 오고 나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말했던 [산신]이라는 존재가 실존하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에로트랩 던전 지하에 숨어 있는 사신이나 공허의 여신 엔세테처럼 정말 좋지 않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전력을 다해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내 육감이 반응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없을 거다."



    "그렇겠네."



     올리브가 가진 치트 능력은 말하자면 '슈퍼 제6감'이다.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든다는 식으로 나쁜 전개를 직감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크레슨이 가끔씩 발휘하는 자연적인 야생의 감의 상위 호환에 가깝다.



     즉, 정말 산신 같은 존재가 있고, 그 존재가 방치해두면 안 좋은 놈이라면 산에 들어가기 전의 시점에서 올리브가 어떤 불길한 예감을 느꼈을 테니, 그가 평온한 시점에서 99%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1%가 있더라도 방치해도 상관없는 수준의 소인배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스포일러 능력인가.



    "이쪽입니다."



    "그렇구나, 여기가."



     촌장 부부의 안내를 받아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산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제단까지 왔다. 깊게 갈라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크레바스는 마치 산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어서, 마치 먹잇감이 입안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끝을 알 수 없는 공포라는 녀석이다.



     그런 지반이 갈라진 듯한 크레바스의 앞에 작은 제단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아기 냄비를 냄비째로 크레바스 안으로 던져 넣는다고 한다. 그럼 냄비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흙으로 만든 냄비이니 마을에서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1년이 걸리는 아기와는 달리 만드는 시간도 짧을 것 같다.



    "어때? 셰리. 저 깊은 곳이나 이 산에 뭔가 있어?"



    "아무것도 없군요. 산을 포함한 이 지역 일대를 광범위하게 스캔한 결과,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크레바스일 뿐입니다."



    "올리브는 어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사악한 요괴 같은 불길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스므니다. 굳이 꼽자면 소용돌이치는 원한 같은 것이 느껴지지만 원귀에 이르지는 않을 거시므니다. 기껏해야 기가 더러운 정도? 아마도 살해당한 아기들의 원한이 서려 있는 것 같스므니다."



    "쫓아낼 수 있겠어?"



    "좋스므니다."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크레바스 앞에 서서 허리에 찬 칼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한 번을 번쩍.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동작으로 칼을 빼내어 휘두른다. 그 순간, 무언가 베인 기척이 느껴졌다.



     무엇이 변한 것도 아니고, 숨이 막힌다거나 무거워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검성(剣聖)이라는 인종은 종종 괴이(怪異)를 잘라내는 법이다. 베어버린 희생자들의 원한이 봉납무가 아닌 검무로 정화된 것 같다. 나도 실력을 갈고닦으면 언젠가 선생님과 같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할 것 같다. 나는 상당한 속물이라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검성이라 불리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제 센서로도 감지할 수 없는 사람의 업보인가요? 흥미롭군요. 참고 삼아서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마 기계로는 평생 걸려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업이겠군요."



    "지금은 그저 기도해요. 희생된 아기들을 위해서."



     스마트폰에서 울려 퍼지는 셸리의 말에 로리에가 대답하며 합장한다. 우리는 잠시 크레바스 앞에서 합장하며 명복을 빌었다.



    "자, 이제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데. 어떻게 할까?"



     모처럼 마을 주민 140여 명을 모두 세뇌시켜 지배하에 두었으니 이제부터는 마음을 바꿔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저지른 죄가 너무 무겁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반성도 후회도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보응을 제대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이유도 없스므니다."



    "그 주방과 지하실을 보면 알 수 있지."



    "여자의 원수 같은 수준이 아니니까요."



     그렇게나 산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싶으면 스스로 제물이 되라고 할까. 자결하라며 마을 사람들을 모두 이 크레바스에 뛰어내려 자살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렇게 하면 사적인 형벌에 해당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죄인이라 해도 지나가던 내가 감정적으로 모두 죽여 버리는 것도 좀 그러니, 역시 여신교에 떠맡기기로 할까?



    "신고했습니다. 아니, 지금부터 할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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