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59화 되살아나버린 자
    2024년 05월 27일 18시 58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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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샤는 이전에 힐데가르트의 비서로 일하며 쌓은 인맥을 이용해, 쫓겨난 라이트 왕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와 엔제교단 과의 분쟁에 편승하여, 디아 메이즈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목적은 이전부터 마담이 보관하고 있던 보물. 그 마담이 왕국으로부터 숨기기 위해 코너 스타코트에게 부탁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물임에 틀림없다.



    "서둘러! 빨리 운반해!"



     마침 찾아온 업자의 랭클을 빼앗고, 라이트 왕국에서 활동할 때 고용한 용병 등을 재촉한다. 나쁜 일도 맡고 있는 만큼, 고액의 보수를 약속하고 있다. 쓸 수 있는 만큼 써야 한다.



     보물이 보관되어 있는 상자는 튼튼하게 잠겨 있고, 무게도 어른 한 명 분량이다. 용병이 세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옮길 수 있는 물건이다. 열어볼 수 있는 건 옮긴 후에나 가능하다. 지금은 어쨌든 서둘러야 했다.



    "왜 이런 타이밍에 그 녀석이 오는 거야! 운도 지지리도 없지!"



     힐데가르트가 죽은 후, 마담에게서 파격적인 직책을 맡기로 했던 약속은 그녀가 죽으면서 백지화되었다.



     그리고, 추방. 쿠죠의 아이를 노리고 마담에게 팔아넘겨진 힐데가르트의 분노는 짐작할만하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고 있는 사샤는, 안심할 수 있는 밤이 없었다. 견디기 힘든 나날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에는 타도 여황에 대한 열정이 있다.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서는 날을 꿈꾸며 마담의 보물부터 다시 시작하자.



    "ㅡㅡ추방으로 끝내준 은혜를 두 번에 걸친 원수로 돌려받을 줄이야."

    "............"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크게 튀어 오른 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가슴에 남는다.



     장내에 퍼지는 강한 울림, 귀에 쏙쏙 박히는 그 선율에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린다. 매일, 매일, 오는 날도 오는 날도 함께했던 그 목소리의 주인은 .......



    ".................. 힐데가르ㅡㅡ"



     각오를 다지며 돌아보는 사이, 얼굴 양옆으로 불길한 물체가 지나간다.



     살기를 드러낸 일류 용병들은 머리가 폭발하여 뒤로 쓰러졌다. 랭클에 실으려던 보물상자는 떨어져서, 더 이상 사샤에게 가져갈 방법이 없다.



    "반푼이들을 써서 여기에 짐을 실어 나르던 업자를 죽였나. 떨어질 만큼 떨어졌군.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힐데가르트는 한층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더 가련하고, 더 가혹하고, 그러면서도 묘하게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하다.



    "돌아오는 방법을 계산에 넣지 않았나? 네놈답지 않군."

    "......원래는 저녁 정시에 오는 운행편으로 떠날 예정이었어요."

    "테라에게 놀아났구나. 내가 온다는 걸 알리지 않은 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구경하며 즐기고 싶어서였겠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속셈을 듣자, 테라에 대한 분노는 남아있지만 힐데가르트가 죽이려 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 희망을 찾는다.



     말만 잘하면 다시 추방 정도의 처벌로 끝날 것이다.



    "자기 보신을 앞세우다 보니 자멸하는 것이다. 이용할 대로 이용당하고 버림받지. 아직도 몰랐나?"

    "큭...... 반드시 당신을 넘어설 거예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누구보다 힐데가르트를 동경했고, 이렇게 되고 싶었다. 아름답고, 강하고, 약점도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고, 이상적인 상위자의 위치에서 인생을 즐기는.



     절대로, 힐데가르트를 대신해 힐데가르트가 되어보겠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 너를 가만 놔둘 수는 없다. 어디서 누구를 죽이든 상관없지만, 지금의 넌 아이들을 노릴지도 몰라."

    "읏 ......!"

    "그 애들한테는 손대지 못하게 해야겠어."



     두 번째 자비는 없었다. 힐데가르트의 오른손에 모인 붉은 마력에 단호한 살의가 느껴진다.



     추방당해도 포기하지 않겠다면, 제2의 마담을 낳을 수는 없으니 자신의 손을 더럽힐 각오를 하고 있었다.



    "감옥에 보내는 것 같은 미온적인 방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넌 반드시 도망친다. 감옥에 보내도 반드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우리를 노린다."

    "저, 저는 옥좌의 위치를 알아냈어요! 왕국과 손을 잡았죠!? 제가 있으면 레드 왕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요!?"

    "여전히 꾀를 부리는구나, 사샤. 허풍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는 절묘한 거래야."



     사샤는 힐데가르트의 대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와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마력을 담아서 내민 손이 내려오지 않는 현실에 의문을 품는다.



    "필요 없다. 그건 금방 구할 수 있으니."

    "뭐라고요!? 거, 거짓말이에요!!"

    "그 여자가 이곳을 공략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딱히 되찾을 의미가 없어서 방치해 둔 것뿐이다."

     

     그 여자. 힐데가르트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많지만, 이 경우에는 틀림없이--.......!



    "사샤."

    "읏............"

    "수고했다."



     마지막에 힐데가르트가 건넨 말은, 예상치 못했던 사샤에 대한 치하였다.



    ".................. 뭔가요, 그게.......?"

    "내 비서라는 자리는 가혹한 자리다. 그리고 나보다 더 격무를 하는 자리지. 그걸 4년 동안 잘 해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그 공로를 인정해 주마."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말들. 반란을 일으킨 자에게 보내기에는 너무나 여황답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어 버렸다. 칭찬하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가슴을 옥죄어 죽이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조금만 더 욕심이 없었으면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그 욕심이 있었기에 일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 그렇네요. 불가능해요. 이런 말을 들어도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당신을 반드시 쓰러뜨릴 거예요."



     사샤는 웃었다. 씁쓸하게 웃으면서도, 둘이 잘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울고 있었다.



     얼마 전의 일상인데도 불구하고 지독히도 그리운 날들.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싹튼 야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힐데가르트가 되지 못한다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 아마도 마담과 동종일 것이다. 힐데가르트의 보물이자 약점이기도 한 아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가장 먼저 생각했다.



     거짓 없는 자신은 질투와 탐욕의 덩어리다. 아이러니하게도 힐데가르트의 수고가 그녀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 수고했다."

    "네."



     홍탄이 발사된다. 정확하게 심장을 관통해, 의심할 여지없는 죽음을 안겨준다.



     진지한 얼굴의 힐데가르트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샤는 꿈속에서 쓰러졌다.



    "...... 마녀에게 홀리지 마라, 바보 녀석."



     힐데가르트는 죽은 시체를 향해 부드럽게 중얼거리며,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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