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56화 옥좌 설계자의 예상 밖(2)
    2024년 05월 26일 22시 28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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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응 ......에잇."



     단숨에 손끝으로 벽을 밀어내어, 원래 위치로 되돌려 디아 메이즈를 순식간에 역류시켰다.



     이는 대공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뇌와 내장을 맨손으로 격렬하게 긁어대는 듯한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도시와 신경이 통하는 것처럼 직결된 테라는 실금 하면서 왕좌에서 발버둥 친다.



     의식이 떠나자, 무의식적으로 왕좌에서 이탈하면서 기절했다.



     그런 일 따위는 모르는 그라스는 디아 메이즈의 반응에서 에리카 일행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뛰어다니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지금의 벽, 꽤 강한데? 에리카 공주네가 걱정이 되 ......"

    "그럼 서둘러라 ............ 아니, 잠깐만."

    "응?"

    "저기다, 저쪽을 정리해."



     계속 움직이는 메이즈에 동요하여 꼼짝없이 갇혀 있던 일행을 발견했다. 임무에 몰두한, 어떤 악행을 저지르고 돌아온 자들이었다.



     힐데가르트가 발견한 것은 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가는 베네딕트의 대역이었다.



     일단은 지시대로 그들 앞에 내려가 집단의 처우를 검토하기로 했다.



    "......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잡으면 되지 않겠어?"

    "만약 이 베네딕트가 진짜라면 어쩔 셈인가."

    "그건 그렇지만 ......"



     알스에서 엔제교단 측에도 여러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라스는, 만나자마자 단죄할 마음은 없는 듯하다.



     실제로 베네딕트의 대역으로 보이는 인물은 온화한 얼굴로 부드럽게 말을 걸어왔다.



    "거기 아가씨, 저는 베네딕토 최고주교입니다. 이런 곳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니, 저와 차 한 잔 하실래요?"

    "거절한다."

    "홋홋,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차 한 잔입니다. 차라는 이름의 혼인입니다. 당신은 아주 사랑스러우니 저의 쉰네 번째 아내로 삼을게요. 자, 이쪽으로 오세요. 운명을 거스르면 안 됩니다."

    "죽어."



     차의 품위를 손쉽게 깎아내리는 무례한 대역 눈앞에 두고, 힐데가르트는 테라를 대할 때처럼 혐오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라스도 대역을 향한 눈빛을 차갑게 하였다.



    "여러분, 제 아내를 건드린 저 남자에게도 자비를. 늘 그렇듯, 천국으로 부르는 것을 도와주세요."

    "말씀드리지만, 최고주교님. 오늘만 세 번째인데요. 이번엔 제 스무 번째로 해주세요. 어제는 카드놀이로 양보했지 않습니까?"

    "아뇨, 아뇨, 여기선 저잖아요. 당신들은 금방 망가뜨려 버리니까요."



     말하면 할수록 죄인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도 논쟁에 가담한 것을 보면, 그들은 구제불능의 현재 디아 메이즈에 물들어 있다. 욕망과 폭력에 마음을 맡기는 형태로 무법천지를 만끽하고 있다.



     이번에도 옆구리에 껴안겨 있는 힐데가르트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가슴을 보자마자, 어떻게든 획득해야 한다며 손을 들고 콧김을 내뿜으며 제비뽑기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부터가 빨랐다. 힐데가르트의 행동은 특별했다.



     당연히 교착상태에 빠질 것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팔 속의 그녀는 그라스를 향해 이렇게 지시했다.



    "입 벌려."

    "뭐....... ......?"

    "빨리 입 벌려"

    "분명 안 좋은 일이 일어날 텐데 ............ 아아."



     영문도 모른 채 입을 벌리게 된 그라스.



     그러자 힐데가르트는 그 입에다 자신의 자랑하는 <비정(緋晶)>을 던져 넣었다. 사탕알만 한 크기를 집어넣고 턱을 닫게 만들어 버렸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처방된 마녀의 필살기,를 그라스는 복용하고 만다.



    "............"

    "............"



     무슨 짓을 시키는지 알고 불만을 토로하는 그라스에게, 힐데가르트는 발동 허가의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ㅡㅡㅡㅡ"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자, 당연하다는 듯이 마구 부풀어 오르는 화염이 터져 나온다.



     대화도 비명도 없이 <비정>의 압도적인 화력에 의해 뼈도 남김없이 불태워진다.



    "좋아."

    "좋아가 아니라고? 무단으로 화염 방사기로 개조해 버렸으니 ...... 화해의 길은 멀다고?"



     입에서 약간의 잔불을 내뿜으며, 실례를 무릅쓰고 말한다.



     하는 건 상관없다. 먹이는 것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화력일지라도, 힐데가르트는 불타는 결정을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라스는 참지 못하고 말한다.



    "적어도 리허설이라도 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 연습도 없이 화둔을 쓰게 되는 몸도 생각해 보라고?"

    "뭔지 모를 소리 하지 마. 그리고 나오는 게 느려."



     화둔의 핀잔까지 들은 그라스가, 장난 삼아 불을 내뿜은 힐데가르트에게 항의하는 눈빛을 보낸다.



    "............"

    "............"



     지긋이 시선을 보내자, 어린아이 같은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힐데가르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뭐냐, 그 눈은. 나에게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줄까?"

    "훗, 이 마왕에게 협박이라니 웃음이 다 나오네. 내가 평소에도 이렇게 멍청하게 단련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야."



     팔 속에서 몸을 젖히는 힐데가르트에게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힐데가르트는 어쩔 수 없다며 말한다.



    "그래, 알았다. 당장 은행에 연락해서 네놈의 계좌를........"

    "계좌를!? 내 계좌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너 뭔가 할 수 있어!? 열심히 저축하고 있으니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멈추고 싶으면 해야 할 일에 집중해라. 빨리 서둘러."

    "좋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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