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와 팔의 힘으로 작은 몸을 꼼짝 못 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르는 에리카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었다.
"지금이다아아아! 이 작은 맹수를 처치해라!"
"읏......ㅡㅡ얕보기는! 짐승을 얕보지 마!"
목숨을 건 동료를 향한 포효는 허무하게도, 햇빛처럼 반짝이는 칼집을 이도류처럼 휘둘러 발밑을 훑어내듯 내리쳤다.
"어ㅡㅡㅡㅡ?"
"샤앗!"
발밑이 떠 있는 느낌을 받을 즈음에는 칼이 배꼽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청량한 일섬. 푸른 물줄기처럼 거침없는 흐름으로 칼날이 인체를 스쳐 지나간다.
"뒷일은, 부탁한다......."
"카아앗ㅡㅡㅡㅡㅡ!!!"
이어진 대각선이 생겨난 후, 복음은 등 뒤에서 폭발했다. 마력을 아낌없이 검에 쏟아부어 오른베기로 휘두른다.
쏟아져 나온 대주교의 마력은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에리카를 휘감으며 난폭하게 부서질 것이다.
"ㅡㅡㅡㅡ"
하지만 에리카의 모습은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휘두르는 검이 반쯤 꺾이며 목표물을 잃었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그 대답은 가까운 숨결로 짐작할 수 있었다.
"시잇ㅡㅡ!"
"읏..... ...... 원통하다......!"
마력이 소용돌이치는 검이 향하는 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궤도를 앞지른다. 등뒤를 잡은 에리카가 마력이 넘실대는 대주교를 베어버렸다.
"............"
칼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며 칼끝을 들이댄다. 아직 반쯤 남은 기사들을 노려보며 견제한다.
피를 뒤집어쓰고 휘두를 때마다 베는 맛이 더해지는 칼을 들고서, 야수의 눈빛으로 먹잇감을 가늠하고 있다. 베고, 베고, 계속 베겠다는 그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주교의 복음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무섭다. 마치 수라에 떨어진 살인무사처럼. 이것을 백성들은 왜 왕녀라고 부르는 것인지, 왕국의 양식에 의문을 품는다.
그때, 마찬가지로 배수의 진까지 몰린 엘든이 외쳤다.
"어쩔 수 없다! 예의 그걸 사용하는 거다!"
"...... 젠장! 겨우 두 명도 못 막는다면, 어쩔 수 없나 ......!"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하는 듯한 엘든을 비롯한 대원들.
"수단이 있다면 쓰도록 해. 나는 이 검으로 모든 것을 베어버릴 뿐이니 ......."
납도 후, 엄지손가락으로 약간 칼날을 빼내고는 칼날의 무기질적인 반짝임을 너머로 표적을 응시한다.
"이 거합베기...... 저항할 수 있다면 저항해 봐."
그 선언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대원들은 주머니에서 핏빛의 작은 칼을 꺼내 ...... 목과 허벅지를 찔러댔다.
변화는 바로 직후 눈에 띄게 나타났다.
"그, 그아아아!? 아아아아아, 오오오!"
"............"
쿠쟈로의 연구 성과인 '용정'. 규격 이상으로 높은 생명력을 가진 용의 은총을 강제로 심자, 대원들의 몸이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 하, 하하하하하! 쿠카카카캇!"
"크아하하, 하~하하하하! 햐하하하하!"
사람을 포기하면서까지 얻은 힘은 혈맥에 넘쳐흘렀고 복음보다 더 강력하여, 완성된 불사신의 육체는 그들의 이성을 쉽게 무너뜨렸다.
그 전신은 마치 용을 두른 듯한 형상으로 변모했고, 한층 더 커진 육체는 아직 불완전하지만 다른 생명체와 융합을 이루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ㅡㅡ핫!?"
도약한 에리카가, 알게 뭐냐며 공중에서 발도. 거합베기로,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멋지게 머리를 날려버렸다.
"............"
"강해져서 뭐? 마력이 많아서 뭐? 그 녀석은 말했어. 하지만 베면 이길 수 있으니, 베면 되잖아? 라고............"
용의 비늘도 모두 잘라버린 에리카의 모습에 소류를 비롯한 주변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추출한 용의 생명력은 ............ 머리의 재생까지 가능하게 한다.
퐁 ...... 소리를 내며, 잘려나간 머리가 자라난다.
"퐁? ............ 우와아아아! 괴물이다아아!!!"
"읏............"
기존의 알던 생물과는 달랐다. 소류와 함께 등을 맞대어 떨며, 맞붙은 엘든과 기사들과 대치한다.
"...... 무인으로서 이건 쓰고 싶지 않았지만........"
"대장, 임무가 우선이잖아 ......"
엘든도 어김없이 검은 용인으로 변신해 소류에게로 향한다. 한편, 전세가 역전된 기사들도 에리카에게 다가서고 있다.
"아와와와와......!"
"읏...........!"
베어도 이길 수 없는 현실을 알게 된다. 스승의 진리를 뒤집는 불사신 앞에서 궁지에 몰린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모든 과정을 마법으로 엮은 투명한 천막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용정의 성능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메이즈가, 다시 조합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