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가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어깨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주려 했다.
"옷차림에 신경 써야지."
"앗, 감사합니다~"
엘든이 손을 대는 순간, 숨겨둔 마석에 의해 위장 마법이 터져버린다.
"특히, 왕족이라면 더더욱."
"............"
"여기서 여자 둘만으로 돌아다니는 마을 여자는 없다. 왕국에서 도주 중인 범죄자의 눈에 띌 뿐이니까."
예상대로 에리카 라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흐~응, 꽤 하잖아. 조금만 기다려."
"............"
역시나 그녀는 동요하는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왕녀답게 단호하게 말하고서, 엘든을 감탄시키며 길 가장자리로 향했다. 소녀다운 자세로 바닥에 앉자, 빗자루와 신발에 숨겨둔 부품을 꺼내어 조립하기 시작했다.
"............"
"............"
분명히 칼을 조립하고 있다.
"어라~? 음 ......"
"앗 ......!"
"아, 그렇구나."
어색했던 부분도, 호위병으로 보이는 작은 늑인족의 충고를 듣자 2분 후 상황이 다시 시작된다.
"어디서든 덤벼보라구 ......"
눈에 띄게 맑은 눈동자과 기척. 칼을 손에 들고 약간 칼날을 빼낸 에리카는, 마치 딴 사람처럼 세련되었다.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숙련도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
나란히 서 있는 늑인족 소년도 마찬가지다. 자세를 보면 무술이 완숙해 보인다. 밝은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가면으로 가린 입가는 대담하게도 웃고 ......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훗, 이거 상당하군. 듣기보다 뛰어나다니, 역시 라이트의 혈족과 그 호위랄까."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엘든뿐만 아니라 대원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테라가 《대공의 왕좌》를 사용하는 이상, 손바닥으로 춤을 추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만난 이상 어쩔 수 없다며, 해가 지는 골목길에서 두 사람의 전투 의지를 확인한 엘든은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운. 우리는 틀림없는 엔제교단 최강 부대 ......"
"읏......!"
대주교의 복음이 날개를 펼친다. 옅은 갈색 날개가 등 뒤에서 튀어나와, 하늘의 사자처럼 날아오르며 검을 휘두른다. 마치 악단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 것처럼.
유파는 쿠쟈로에서 온 것이다.
아버지는 네코카 치타, 어머니는 사바나 치타. 놀랍게도 본명이고 둘 다 독실한 엔제교도이며, 아버지 네코카는 쿠자로 출신의 친구가 친척이 검도장을 운영하는 지인을 오랜만에 만난다고 하여 함께 갔더니, 경영난이라며 아들과 함께 운동 삼아 다니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얼떨결에 검을 시작했다고 한다.
엘든은 빵이 포타주 국물을 빨아들이듯 쿠자로의 검술을 흡수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엔제교단의 교회 기사로서 승승장구했다.
"............"
에리카는 엘든 부대를 위엄 있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고 나서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처럼 ...... 첫 대면에서 먼저 반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 그건 에리카 왕녀도 마찬가지 아닐까?"
"대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온몸 구석구석 왕족인 나는 괜찮아."
"확실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군 ......!"
노골적으로 왕족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에리카의 모습에, 엘든의 가슴속에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첫 대면은 존댓말, 경의를 잊어서는 안 돼. 존댓말을 해도 멍청한 녀석은 있지만 ............ 너도 그런 게 있잖아? 싫어하는 사람의 성향이라든가."
"나말이야? 나는 ...... 일을 늘리는 사람이 싫다고!"
앞에 놓인 오른발을 문지르며 움직이는 순간. 치명적인 예감을 미리 포착하는 순간.
"ㅡㅡㅡㅡ!"
"뭐야 ......!"
햇살과도 같은 오렌지색 궤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엘든이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빠르게 부대를 지나쳐, 소류와 협공하는 형태가 된다.
목을 노리는 검을 간신히 막아낸 엘든이 뒤를 돌아봤을 때 ...... 마주 보며, 무릎을 꿇은 무사의 자세로 검을 칼집에 집어넣고 있었다. 천천히, 잔심을 담아서 .......
그리고, 칼이 칼집에 들어가는 소리가 울렸다.
"소류, 당신은 그 수다쟁이를 처리하세요. 저는 귀찮으니 이쪽을 베겠어요."
열일곱 명 중 두 명이 선혈을 흘리며 쓰러진다. 남은 자, 열다섯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