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47화 내일의 마왕은, 온화 후 고양
    2024년 05월 24일 03시 45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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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렐가의 방은, 마왕이나 릴리아가 정리정돈과 청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귀향에서도 마왕이 방을 방문해 정리정돈을 시도했지만, 조금 고민에 빠졌다. 살짝 걱정이 된 듯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다.



    "난감하네, 어떻게 할까 ............ 아니, 시험 삼아 말해볼까?"



     마왕은 렐가의 방을 보고 난 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히사히데에게 렐가를 불러내게 하고,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자 그녀가 찾아왔다.



    "왜~?"

    "응, 저기.......아까 렐가의 방을 봤는데, 뼈가 좀 많은 것 같아서."



     레르가는 뼈 있는 고기에서 마음에 드는 뼈가 있으면, 히사히데나 크로노에게 깨끗하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여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최근에는 그것이 쌓이고 쌓여 잠자리마저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기분 탓이야. 아직 둘 곳이 있어."

    "음~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 조금만 줄여볼래?"

    "싫어〜"

    "그렇겠지............ 조금만이라면 어때?"

    "조금도 안 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마왕에게 싫다고 떼를 썼다. 예상대로 마왕은 앞치마를 벗고 음식 준비 작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렐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되겠지............그럼 버리지 않아도 되니, 렐가의 방을 한번 볼까?"

    "싫어!"

    "괜찮아. 버리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살펴보는 거야."

    "싫~어!"

    "버리는 게 아니야. 그냥 가는 거니까."

    "...... 아, 안 돼!"



     계속 포기하지 않는 마왕의 모습에, 렐가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평소처럼 유쾌한 반응이 아닌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것이 되려 불길한 예감을 증폭시킨다.



    "그럼 방 안에도 들어가지 않는 걸로 하자."

    "렐가, 싫다고 말했어"

    "말했지. 그래서 방 밖에서 안을 보고 끝. 그럼 가볼까?"

    "앗, 싫어 ...... 싫어 ......"



     손을 내미는 마왕에게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조금씩 뒤로 물러나 도망친다. 하지만 곧 벽에 등을 붙이게 된다.



    "일단 방으로 향해 조금만 걸어가자. 가는 길에 그래도 싫다면 거기서 해도 좋으니까 ......"

    "싫어...... 싫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앙!!!"



     도망칠 곳을 잃은 렐가가 울음을 터뜨린다. 당황한 마왕이 부드럽게 달래지만, 몇 분에 걸쳐 울음을 터뜨리는 사태가 벌어진다.



    "......킁~......"

    "울어버렸네"

    "울어버렸어 ......"



     울음을 그친 렐가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거나, 코를 풀어주어 보살피면서 말을 건넨다.



    "싫었어 ......"

    "싫었구나 ....... ...... 컬렉션을 버릴 줄 알았어?"

    "생각했어 ......"

    "버리거나 하진 않을 거다? 렐가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진 않을 테니까."

    "...... 응."



     안아서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어 주면서, 아직도 눈물을 흘리는 렐가를 달래준다.



    "미안해. 천천히 얘기할 걸 그랬어. 너무 급하게 말해서 놀랐겠지, 아마. 렐가한테도 사정이 있을 테니까."

    "많이, 있어 ......"

    "응,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렐가, 싫다고 했어. 못 들었어 ......?"

    "들리긴 했지만, 방을 보는 것보단 낫겠다고 생각했거든."

    "...... 괴롭힘 당했어."

    "괴, 괴롭힘 아니다 ......?"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보던 히사히데와 도우산의 사이를 비집고 주방을 빠져나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칼과 불이 있는 부엌을 피했던 것일까.



    "뼈가 방에서 넘쳐날 것 같아서, 어쩌면 옛날 물건은 더 이상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다 필요한 거 ......"

    "그래, 알았어. 버리진 않을 거야. 하지만 방의 용량은 한계가 있으니 언젠가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때가 올 거야. 그때는 어떻게 할래?"



     매달리는 렐가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타이른다.



     하지만 렐가는 소박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크로노 님, 무기의 방은 가득 있어."

    "............그렇네."



     의아한 표정을 지은 마왕은, 렐가와 눈을 마주치며 솔직하게 인정한 후 결론을 내렸다.



    "그럼 둘이서 같은 수의 방을 갖기로 하자. 거기에도 들어가지 못하면 내용물을 교체하는 형식으로 하고. 그렇게 하면 어때?"

    ".................. 알았어."



     해결책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렐가의 머리를 쓰다듬어 감사를 전하고, 기분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마워. 렐가가 알려줘서 무사히 해결되었어."

    "별일 아니야 ......"

    "점심을 먹고 나면 뭘 할까? 뭘 하고 싶어?"

    "...... 함께 숲으로 가자."

    "그래. 같이 숲에서 놀자. 금방 점심 만들어 줄게."

    "금방이라고 해서 금방 먹어본 적 없어 ......"

    "렐가는 주먹밥도 늦다고 하니깐 ......"



     화해한 두 사람은 다시 부엌으로 돌아간다. 도우산과 히사히데가 개입할 여지없이, 사건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



     일주일간의 금강벽 생활로 두 사람을 관찰한 후의 인상은 처음과는 조금 달랐다.



    "............ 킁."

    "괜찮아. 이제 슬픈 일 따위는 없다고? 안심하고 맛있는 거 먹고, 그다음에는 마음껏 놀자."



     결론. 렐가 선배는 마왕한테만은 강하기도 하지만 약하기도 하고, 마왕은 일단 온화하다.



     온화하지만 .......






     .........



     ......



     ...





     카스 대삼림에 묘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영하의 눈보라를 맞닥뜨리는 것처럼, 불어오는 긴장감이 마물들의 피부를 찌른다.



    "............ 오크들의 지도는 일단락되었을까?"



     연병장에서, 그날보다 키가 더 커진 마왕이 물었다.



    "이것도 연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소. 녀석들도 대련을 흉내 내는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오."



     외벽을 따라 겁에 질린 채로 줄지어 서 있는 오크 등의 시선을 받으며, 검을 들고 수련장 한가운데로 걸어 나간다.



     해골마물과 평원에서 대치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긴 채, 느긋하게 서 있는 왕을 상대한다.



    "그럼 ...... 바빠서 미안하지만, 개인적인 대련에 어울리도록 할까?"



     흉악한 마력을 휘몰아치며 어둠이 걷히자, 칠흑의 갑옷 차림으로 나타났다.



     우뚝 솟은 칠흑의 대검을 뽑아서는, 가볍게 손에 쥐고 돌풍을 일으킨다.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였다.



    "간다 ......"

    "......오시오."



     오니와 흑기사가, 과도한 그 힘을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풍채로 걸음을 옮기며 서로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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