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46화 렐가 선배(1)
    2024년 05월 24일 01시 59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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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렐가 선배의 부하라는 역할은, 수행 외적으로도 매우 머리를 써야 하는 역할이었다.



    "............"

    "............"



     '쨍그랑~' 소리를 내며 다기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복도를 달리던 렐가가 다기 장식대에 닿아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렐가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본다. 서두르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복원 불가능한 다기를 내려다보며 .......



    "............"

    "......!?"



     목만 움직여,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렐가는 네가 했다고 생각해."

    "예 ......? 서, 선배 ......?"

    "렐가는 네가 했다고 생각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때는 아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솔직한 대답을 했다.



    "......렐, 렐가 선배가 떨어뜨린 거 아닌가요?"

    "그럼 렐가 선배가 한 일이 돼."

    "그렇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되니까, 렐가는 네가 한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예엣!?"



     상사가 계속 하고 있는 발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한테, 선배 대신이 ......되라는......?"

    "그런 말 안 했어! ...... 그래도 렐가는 네가 한 일로 보여. 넌 어떻게 생각해?"

    "............ 제가, 만진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 그럴 거야."



     살해당할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어쩔 수 없이 마왕의 수제 다기를 부순 죄를 뒤집어쓴다.



    "크로노 님은 렐가를 좋아하니까, 죽을뻔해도 몰래 말해서 구해줄게. 렐가가 말하면 괜찮아!"

    "하, 하하 ......"

    "그럼 크로노 님이 오실 때까지 여기 있어. 오면 방금 걸 말해."



     그렇게 명령한 렐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모퉁이를 돌았다. 금세 맨발이 매끄럽고 딱딱한 바닥을 걷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

    "에휴, 내가 보지 않으면 바로 이래버려."

    "앗 ......!"



     놀라는 바로 옆에는, 언제부터인지 마왕이 있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서, 한숨 섞인 탄식을 하며 부조리한 렐가를 한탄하고 있다.



    "저, 저기 ......"

    "아~ 괜찮아 괜찮아. 전부, 찻잔을 떨어뜨린 직후부터 직장내 괴롭힘까지 전부 다 지켜봤으니까."

    "네에......"

    "쿠쿠도 힘들겠지만, 이럴 땐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동정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마왕은 진범을 불러내기로 한 것 같다.



    "렐가아아 〜〜〜〜! 잠깐 와줄래~?"



     울려 퍼지는 마왕의 외침. 분명 렐가의 귀에 닿을 거라는 것은,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뭐, 안 오겠지."



     범인은 경계심에 가득 차 있다. 지금쯤이면 찾기 어려운 곳에서 잠든 척하며 무시하고 있을 것임은, 짧은 만남을 가진 쿠쿠조차도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지 ............ 가장 강한 녀석, 누굴까~~!!!"

    "렐가아아아~~~!!!!"



     순식간에 진범이 현장으로 날아왔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왕에게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잡혀버렸다.



    "우와~ ...... 그래, 렐가였구나!"

    "응, 맞아! 잊고 있었어?"

    "깜빡했네. 잊지 않도록 해야겠어."

    "체엣!"



     마왕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등 장난을 치는 이 귀여운 인물이, 방금 전 악마의 명령을 내린 인물이다.



    "그건 그렇고, 렐가, 이거 말인데 ......"

    "............"



     안긴 렐가에게 깨진 찻잔을 보여주며 물었다. 드디어 자백을 이끌어내려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려는 건지 궁금해하며 렐가를 유심히 바라보자 그녀는 예상을 뒤엎고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 아!"



     방금 전에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기를 가리키며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왕을 쳐다본다.



     다기와 시선을 번갈아 가며 처음 본다는 것과 놀라는 기색을 드러낸다.



    "응, 깨져 있네."

    "깨졌어 ......"



     마치 순진무구. 속마음을 짐작하고, 배려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근데 복도 가장자리에 놓아둔 물건이 저절로 깨질 수 있을까? 렐가는 어떻게 생각해?"

    "음~~~......"



     턱에 손을 얹고 추리를 시작하는 렐가. 찻잔과 주변을 둘러보며 범인과 연결될 단서를 찾는다.



     그러다 렐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아!"



     올곧은 눈빛으로, 똑바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중요한 인물 ...... 거의 확정적인 용의자로서 렐가에게 발견된다.



    "............"



     렐가는 발밑의 다기와 용의자를 번갈아서 몇 번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왕이 알아챌 때까지 세심하게 쳐다보며 "이제 알겠지?"라고 말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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