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투태세를 취하는 탐구자들과는 달리, 마왕은 메이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다. 이제 이곳을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너희들과도 거기서 헤어질 줄 알았건만."
"마, 마왕님 ......"
"곧 미스트가 도착한다. 그에게 성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라."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한 마왕은 다시 한번 탐구자 일행과 마주했다.
"그렇군, 탐구자가 가진 마물의 지식인가. 솔직히, 얕잡아보고 있었어. 이곳은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어."
마왕은 적대감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탐구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강력한 마력은 느껴지지만 소문만큼은 아니었고, 메이드조차 가지고 있는 검도 없다.
"그런데 하나 물어볼 게 있다. 왜 그녀들을 돕는 길을 택하지 않았지? 지금의 모습으로 보면 죽이려고 했던 걸로 보이는데?"
"...... 저 녀석들은 이미 구울이잖아?"
조금씩 포위하면서 필살의 연계기를 구축해 나간다.
카스 숲 공략을 위해 고가에 구입한 일회용 마검. 이 검에 닿으면 아무리 마왕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구울이라도 마음은 사람이다. 마을 소녀와 다를 바 없는 이 아이들을 죽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가?"
"미안하지만 일이다. 구울이건 인간이건 똑같아. 공국의 법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고, 의뢰를 받았다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
"너희들 탐구자라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그 논리도 이해한다."
마족과 마굴을 전문으로 하는 탐구자는, 평소에도 목숨을 걸고 오로지 실력만을 믿고 의뢰를 수행한다.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자는 바보 취급을 받으며, 매일 세계 어딘가에서는 바보 같이 착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마왕은 그런 탐구자들을 이해하면서도 한 가지 경고를 했다.
"나는 과도하게 마물을 보호할 생각은 없다. 의지하려는 것에게 싸우는 법을 주고, 일을 주고, 살 수 있는 곳과 환경을 제공하지. 단, 너희들을 포함한 '자연적 경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다. 왜냐하면 인간과 마물을 포함한 생태계의 균형이 현저하게 깨지면 반드시 파탄이 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마음대로 하도록 해. 하지만 방금 전 그녀들은 어떤가. 너희들에게는 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장난 삼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
구울 메이드들 비호하듯 서서, 마왕은 냉정하게 선언했다.
"방금 전의 그녀들처럼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자가 있다면, 나도 그에 상응하는 '불합리'를 내릴 것이다."
푸른 안개가 피어올랐다.
"읏ㅡㅡㅡㅡ!?"
"뭐야 뭐야 ......!"
"앗......! 무, 무기가!"
네 사람에게 안개가 불어 닥쳤다. 그 순간, 탐구자들의 손에 있던 무기는 산산조각이 났고, 남은 것은 쓸모없는 잔해들뿐이었다.
"착한 아이다."
[---- .....]
마왕이 말했던 '불합리'가, 그 뒤에서 구울들을 수호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용맹한 부리와 날개를 가지고, 투우처럼 우람한 육체로 서 있다.
거상의 거대한 체격도 그렇지만, 네 개의 눈에서 느껴지는 괴물의 압박감과 안개에서의 구체화 현상이 그들에게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심어준다.
"!? 저, 저건 뭐야 ......!"
"모, 모르겠어, 저런 괴물을 어떻게 알아 ......!"
지식으로서, 라르만 공화국에서 빼앗은 인조 마수를 마왕이 길들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보보다도, 마물로서의 격이 다르다.
사일런터나 마왕이라면 전투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푸른 괴물은, 덤비면 순식간에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령 비장의 카드인 마검이 남아 있었다 해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
그리고, 새로운 '불합리'가 또다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