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다가간다는 명목으로 진행된 회담은 양측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호적인 진전을 보였다.
《크로노스》로서의 정책과, 말 타로트국이 원하는 카스 삼림과의 관계. 그것들은 이미 솔나다와 대화를 끝내놓아서, 무난한 대화의 교환이 오갈 뿐이나 거리감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왕과의 짧은 대담은 국가 최고의 마술사이기도 한 시그윈을 비롯한 부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람이 아닌 조직인만큼 분명한 두려움과 적대감을 가지고 접근했던 일행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마왕의 권유가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철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게임이라도 하는 게 어떤가."
또한, 말 타로트 측이 귀국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시간을 내어 시그윈과 함께 장기판에서 대국을 하며 대접을 제안했다.
출발할 때까지 마왕이 직접 상대하다니, 그 누가 알았을까.
시그윈은 왕실과 대신 등에게 이러한 극찬의 언행을 전할 것을 맹세했다. 소문 따위는 전혀 믿을 수 없다. 마왕이란 무섭고도 매혹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조금이라도 나라의 현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
"............"
장기판 위의 말을, 마왕과 번갈아 가며 움직인다.
"......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사람들......."
"아아, 입단 시험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었나?"
"왕국 출신이라고 하는데, 역시 옷차림의 유행 등은 비슷한 것 같군요. 말 타로트에서도 비슷한 것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숲을 사이에 두고 있긴 하지만, 이웃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 통하는 것도 있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공국을 통해 전해진 것일지도."
잡담이 오가는 가운데, 장기판 위의 전투가 전개되어 간다.
대륙에서 가장 메이저 한 유희 중 하나이며, 왕국이 발상지이지만 주변 국가라면 규칙은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 시그윈도 개인적으로 장기판과 말을 소유하고 있는 열혈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예상치 못한 것은 마왕이 유희 '헤로즈'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아주 약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다.
손발도 못쓰고 패배를 각오했던 시그윈이었지만,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남몰래 탄식하였다.
한편, 마왕은 .......
"............"
침착하게 말을 진행하며 약간의 숙고에 들어간 시그윈을 보며 생각했다.
(...... 왕국의 게임인데, 이 사람은 왜 규칙을 알고 있는 거야? 명인처럼 가르쳐 주려고 권유했는데, 엄청나게 강하잖아.......)
좀처럼 이길 수 없었던 게임을, 초보자를 이용해 승수를 늘려보려다 벌을 받고 있었다.
귀국에 접대문화는 없냐고 속으로 욕을 하면서, 일발역전을 꾀한다.
"...... 오늘은 어땠는가?"
"양국의 발전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큰 성공은 없을 것입니다. 나라에도 좋은 보고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대답과 동시에 장기말을 움직이고, 웃으며 바둑판을 바라본다.
(...... 왜 그런 곳으로 이동시는 거냐고... 이걸로 도망치면 이길 수 없잖아 ....... 그야 마왕을 이만큼이나 짓밟아서 이겼으니 좋은 보고도 할 수 있겠지, 이 약골아!)
짜증을 내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애써 말을 움직인다.
(아 열받아. 시그윈이 자주 쓰는 '검객'과 '기마'만으로도 내 목이 간당간당해!)
"흠, 어느 쪽을 택할까."
"............"
마왕이 갑자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말을 움직이면서 담소도 나누고, 이제 시그윈이 공격의 진형을 움직일 차례다. 마왕의 허술한 수비를 무너뜨리고 그 너머에 있는 '왕'을 쓰러뜨리는 일만 남았다.
"......『검객』, 그리고『기마』......"
그러나...... 이쪽의 말은 『검사』와 『기마』. 최전선에서 마왕의 말을 괴롭히는, 시그윈의 특기인 전법에 쓰이는 말이다. 마왕의 '마술사'가 두 마리를 모두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마왕은 과장된 제스처로 두 말을 가리켰다.
어느 쪽을 택해도 압도적인 열세에는 변함이 없는데,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