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39화 마왕과 심리전(3)
    2024년 05월 21일 04시 54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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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생각하지. 어느 쪽을 취하면 좋다고 생각하나?"



     질문의 의미를 단번에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마왕의 말에, 서서히 이야기의 전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네가 말하는 쪽을 택하지. '검사'와 '기마' 중 하나를 선택해라."

    "............"

    "다시 말하자면, 어느 쪽을 살리고 어느 쪽을 죽일 것인가 ......부디.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다."



     열세에도 불구하고, 마왕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서 즐겁게 시그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게다가 마왕답지 않은 평범한 수의 연속. 그리고 『마술사』 앞에 있는 『검객』과 『기마』.



    "........................"



     문득, 마왕이 전하려는 무언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너무 과한 생각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슴속에서는 여전히 강하다.



     가령, 방금 전의 검술로 미루어 이 '검객'을 마왕이라고 하자.



     그리고 말을 탄 '기마'는 마물을 조종하는 라르만 공화국이라고 한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겠다.



     어느 쪽과 손을 잡고 어느 쪽을 무찌를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역시 눈치채고 있었나 ......?)



     말 타로트가 사실상 라르만 공화국으로부터 협박을 받고서 정찰하러 왔다는 것을 읽은 것일까.



     최근 들어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라르만 공화국의 인조 마수들은 말 타르트의 입지를 꾸준히 약화시키고 있다. 시범적으로 행해지는 국경에서의 마수 실험에서 보아도, 그 성능은 분명 위협적이다.



     물론 말 타로트로서도 침략에 항상 대비하고 금단의 수조차 마다하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지만, 바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쪽에도 도움이 될 테니 마왕과 '크로노스'라는 조직의 군사력을 시찰하라고 들어서, 고압적인 제안도 눈물을 머금고 들어주게 되었다.



    (아니 하지만 ......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너무 예리하다. 라르만 공화국에게 압박받아서, 다른 나라에 야금야금 깎여나가듯 쇠퇴해 가는 말 타로트의 운명을 마왕이 장기말을 비유로 하여 연기하고 있는 셈이 되는데, 너무 지나친 생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슬프게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마왕의 어설픈 실력도 납득이 가지만, 이렇게까지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하나의 불가능이 있다. 이 가설이 맞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마왕을 의미하는 '검객'의 말을 가져와 손에 넣었을 경우, 말 타로트를 연기하는 마왕이 시그윈에게 승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읽어도 승산이 전혀 없다. 시그윈이 질 각오로 움직이지 않으면 승리는 불가능하다.



    (............ 시도해 볼 수밖에 없다)



    "자, 원하는 쪽을 선택해 보라."

    "............"



     마왕은 지루해 보이기도 하고, 실망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 ......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상관없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 선택해 보게."

    "감사합니다."



     역시 의미 있는 선택인 것 같다. 그렇다면, 경이롭게도 크로노스와 라르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상황을 정말로 만들어낸 것 같다. 명석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어 말 타로트의 고충을 표현하고, 무서우면서도 멋들어진 선택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것. 어떻게 움직인들 이길 수 없다. 몇 수밖에 안 남은 목숨이다.



     ......모르겠다. 고민 끝에 시그윈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직접 당사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만약 ............ 검객을 잡았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폐하께서 이길 수 있을까요?"

    "...... 시그윈 군."



     마왕은 상체를 기대고 있던 등받이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고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ㅡㅡ이 나를 우습게 볼 셈인가?"

    "윽 ......!?"



     왕의 위압적인 모습에,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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