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대접을 받는 쪽이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뭔가 보답을 해야겠는데."
마왕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팔짱을 끼며 보답을 고민한다.
우정의 표시로 백미 세 가마니를 준비했지만,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사악하다고 여겨지는 마왕의 군대가 식재료를 건네주자 선뜻 먹기 꺼려했지만, 시식해 보니 적당한 탄력과 단맛이 나는 아주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말 타로트에게 이 전개는 천우신조의 기회였다.
"...... 마왕 폐하께서는 검술과 마술의 달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음......?"
"오늘의 우호는 젊은이들 덕분이기도 하지요. 무엇을 해줄지 고민이시라면 그들에게 폐하의 시범을 보여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시그윈은 망설이는 마왕에게 사명감을 가지고 제안했다.
"............"
"읏............"
마왕의 눈빛과 시선이 맞닿자, 마치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체감상으로는 수십 초, 하지만 실제로는 3초간의 일이었다.
마왕은 부드럽게 시선을 떼고 사색하듯 비스듬히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 아니, 아직 하지 말까?"
의미심장한 중얼거림이다.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마왕은 뒤쪽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데려온 메이드 중 한 명이 있었고, 이를 알아차린 젊은 여자가 서둘러 마왕에게 다가갔다.
시그윈이 신경 쓰이는 것은 그 메이드의 모습이었다.
당황한 기색은 있지만 겁을 먹은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기다리던 애견처럼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온다.
"검을 빌리마. 뽑아라."
"네...... 이것을."
시키는 대로, 어설프고 서툰 모습으로 검을 뽑고서 마왕에게 바치며 검을 내민다.
이를 받은 마왕은 무대 위로 뛰어올라 무시무시한 모습의 집사에게 말했다.
"솔나다, 상대해라."
[읏! 제, 제가 상대를......?]
"나름대로 볼만해야 하니까. 여기 있는 자들 중에선 솔나다밖에 없잖나?"
[그럼 바로 모리 님이나 적당한 마물이라도 데려오겠습니다]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
[요청은 저쪽에서 하셨습니다. 조금의 기다림은 참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그건 이 자리에 적임자가 없는 경우의 이야기. 그렇지 않은가?"
[.................. 어~음]
정말 싫은 모양이다. 저 짐승의 해골을 머리에 이고 있는 집사가 이런저런 핑계로 마왕과 맞붙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정중한 말투와 몸가짐과는 달리 인간족에 대한 조롱과 교만을 엿볼 수 있는 해골 집사. 그 이면에 있는 막강한 마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까부터 의도적으로 그들에게 무례한 태도를 취하고 있잖아? 그럼 안 되지. 여기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는데."
[............ 예]
그래도 마왕을 상대하기에는 소용없는 것 같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소곤소곤하게 설교하는 마왕에 비해 솔나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 !]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마왕님, 적임자께서 오셨습니다. 대기하고 계시는데, 이쪽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 누구?"
솔나다라고 하는 집사가 서둘러 데리고 온 자는, 기지 어딘가에 대기하고 있던 ............ 다섯 명의 인간족이었다.
모두 수염이 덥수룩하고 몸통이 두툼한 것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평민들이다. 수염으로 가려져 있지만, 보이는 피부는 보기보다 젊어 보인다.
"............ 누구?"
[꼭 마왕님의 부하가 되겠다며 몰려든 자들 중의 일부입니다. 숲의 각지에 세워진 시설까지 도달했으니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자들입니다]
"아아 ...... 전과 비슷한 그거."
[보통은 제가 시험을 치르고 아스라 님께 최종 확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아직 합격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을 시험하는 김에 한번 시연하시면 어떨지]
"...... 자신의 일을 상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자각 있어?"
마왕과 솔나다가 다섯 명의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밀담을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이윽고 마왕은 다섯 사람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5 대 1로 맞붙을 생각인 것 같다.
드디어 마왕의 검술이 공개되었는데, 그것은 시그윈 일행이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