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모아둔 마력을 다양한 형태로 갑옷에 발산한다. 그것을 담담하게 반복하고 있다.
가늘고 검은 폭풍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가느다란 화살처럼 쏘기도 하고, 손가락을 휘둘러 얇은 칼날로 만들어 날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도 마술의 한 형태일 것이다. 다양한 마력의 기술들은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눈앞에서 생겼다가 사라지고, 예술이 되어 눈에 들어왔다.
(...... 아름다워 ......)
예술가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쉽게 독창적인 마법을 만들어내고 휘두르는 모습에 어찌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명도 없는 마물이 되었으니 언젠가는 습득이 가능할까. 마물로서의 자각을 갖고 막연하게 그런 꿈을 꾸면서 아름답고 선명하게 '검정'을 다루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하아 ......"
이 위대한 왕을 섬기고 있는 것이 자신이라는 현실이 비로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행복감에서 비롯된 한숨이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왔다.
.........
......
...
한숨!? 너무 약하단 뜻인가!?
자랑하기 위해 데려왔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스이렌이라는 메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연구의 일환이었지만, 마왕이 이래서는 자랑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위, 위엄을 지켜야지. 릴리아의 말대로 이 추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단 마나 괴롭힘을 예의상 발동. 괴롭히는 정도로 마력의 극미풍을 산들바람처럼 보내 준다.
이어서 검은 마력을 주변에 넘쳐나게 하고, 보유량에 맡겨 무지막지하게 사용하여 메이드에게 마왕이라는 존재를 알린다. 전방의 적에게 대량의 칠흑을 보내 갑옷을 무참히 짓누른다. 강철 갑옷은 순식간에 부서져 버렸다.
이것은 제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겉보기보다 훨씬 더 많은 마력을 소모하는 것이다. 위력을 내는 것도 애를 먹는다.
이것이 현재 개발 중인, 외형만 고려하는 마왕적 마법 '운해 시스템'의 기본이다.
" ......!"
"읏......!"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힘을 내어 한 번 더 가보자.
부서진 갑옷을 향해, 주변으로 되돌린 마력에서 수리검을 형상화한 작은 회전체를 여러 개 발사한다. 그것들의 착탄을 기다리지 않고, 더 큰 베기를 날려버린다. 가늘고 예리하게 조종하여, 길게 늘이면서 튕겨내듯이 날려 보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라고 얕보지 말라, 이건 이거대로 어느 정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력도 속도도 정확도도 내가 직접 하는 게 낫지만, 모션이 없고 사방으로 날리는 데다 연속해서 쓸 수 있다.
움직일 필요가 없고, 마술적인 느낌이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다수를 상대할 때 매우 편할 것으로 예상한다.
"............"
작은 수리검이 꽂힌 갑옷은, 뒤이어 이어지는 베기에 의해 손쉽게 세로로 갈라져 좌우로 떨어졌다.
좋았어 ......라고 만족한 후, 나는 뒤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며 메이드들의 반응을 살폈다.
"............꿀꺽."
"꿀꺽......"
네, 침 삼킴 두 번 받았습니다. 숨이 막힌다란 그야말로 이걸 말하는 거다.
호화롭게 마력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내가 보아도 꽤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아...... 알겠다. 아마 그녀들은 시골처녀들이라 마법을 모를 것이다. 해보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마왕의 고충이라든가.
.........
......
...
대마법을 마친 마왕은 생각에 잠긴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구울에게는 필요 없지만 호흡마저 빼앗기고, 갑자기 무한한 마력을 쏟아내는 마왕에 압도당한다. 겨우 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존재를 떠올렸는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신들을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