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37화 마왕의 위엄(2)
    2024년 05월 20일 19시 50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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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여 있는 책들은 여러 언어로 쓰인 책들이다. 그는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들고는, 글자를 훑어보고 페이지를 넘기며 원하는 정보를 찾아 종이에 적고 있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보아 마왕은 검술이나 마술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면도 염두에 둔 것 같다. 언어 능력도 겸비하고 있으며, 매우 치밀하고 완벽주의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 이쯤에서 끝낼까."



     이십여 분 정도 학습에 몰두한 것일까. 부지런한 마왕은 마침내 펜을 내려놓고 작게 중얼거렸다.



     어찌나 정교하고 스마트한 손놀림인지,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일 잘하는 어른이란 이런 품격 있는 행동을 하는 법이구나.



     제정신을 차린 스이렌은 곧바로 생각했던 행동을 취한다.



    "채, 책을 치워드릴까요?"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마왕의 책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라난큘러스."

    "앗!? 미안 ......"

     

     머리가 멍해졌는지 가만히 앉아있는 라난큘러스에게 작은 목소리로 다그치며, 둘이서 함께 향한다.



    "ㅡㅡ라난큘러스?"



     그러나 마왕의 부름에 두 사람은 전율을 느꼈다. 이미 없는 구울의 핏기가 가셨다.



     한 번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연속으로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첫 번째는 자비심 때문인지 눈감아주던 마왕도, 두 번째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것이다.



     있을 곳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두 사람은, 즉시 고개를 숙여 용서를 빌었다. 순식간에 몸이 반응했다.



    "그 아이는 니나 맞지?"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그렇게 말을 이어갔다.



     메이드들은 주어진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것은 외부로 정보가 유출되어 구울들의 본명이 악명으로 불리지 않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었을 때의 이름도 있다.



    "............ 제, 제 이름을, 알고 계세요?"

    "너뿐만이 아니야. 고용주로서 너희들의 이름과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도 포함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천상인이 하찮은 시골처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

    "시녀장님께서 편의를 위해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라고 하셔서."



     비교적 침착한 스이렌이, 당황한 라난큘러스를 대신해 설명해 주었다.



    "...... 그랬던 건가. 그럼 나도 조심하도록 하지."



     납득한 마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구에 걸려 있던 겉옷을 입으려는 기색을 보였다. 급히 달려와 릴리아의 말대로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둘 다 경외감을 느끼며 어설프게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돕는다.



     메이드 본연의 임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마왕을 기다리게 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책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그 과정에서 문득 마왕이 적어놓은 책상 위 서류에 눈길이 간다.






     "ㅡㅡ다시마, 간장, 된장(흰색)".



     "무, 두부, 렐가의 간식용 치즈와 햄과 고기볶음용 삼겹살과 로스트 치킨(몰래 야채 수프도 준비해 둘 것)".



     "내일까지의 부족한 재고의 구매는 절대 잊지 말자".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난해한 언어로 쓰여 있었다. 고대 문자인가. 역시 마왕은 전설의 존재인 것 같다며 수련은 긴장이 고조되었다.



     마왕은 두 사람을 데리고 마법 시험장으로 향했다. 성의 마당에 세워진, 모리가 메이드들의 호신용으로 만든 마법을 시험하는 장소였다.



     견고한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갑옷을 입은 표적들이 적처럼 배치되어 있다.



    "............"



     그곳에서 마왕은 묵묵히 마법 개발 작업에 몰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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