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장 234화 새로운 의뢰인(2)
    2024년 05월 19일 23시 29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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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쿠에게 열쇠를 받자, 짜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두근거리는 가슴에 부드럽게 껴안고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그래서, 모리는 뭐라 했나요?"

    "수수께끼의 인물과 나눈 대화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2천사를 방치할 생각인가, 라고 했습니다."

    "방치하지는 않아요. 무슨 말을 들었길래 방치라는 단어가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입 다물고 해야 할 일이나 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확실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용무를 마친 쿠쿠는 신사의 예의를 갖춰 절을 한 후, 슬그머니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그 첫 발걸음이 바닥에 닿을 즈음 ----



    "............"

    "............"



     셀레스티아가 내민 검은색 장식검을 반신으로 전환하여 피하는 쿠쿠. 완벽한 감지력과 동작, 더 나아가 시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판단으로 기습을 피했다.



    "......무슨 용건이라도?"

    "아뇨, 그분께서 역사상 두 번째로 뛰어난 제자라고까지 말씀하셨기에 그 실력을 시험해 본 것뿐이에요."

    "얼마든지......."

    "이제 됐어요. 애초부터 폐하께 가르침을 받은 자의 실력을 의심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 정도를 본 것뿐이니까요."

    "그럼 ......"



     장식검을 손에서 사라지게 한 셀레스티아가 한숨 섞인 말을 마치자 쿠쿠가 다시 등을 돌리고 걸어 나간다.



    "............"

    "............"


     ...... 다시 한번 들이닥친 강습을. 역시 이번에도 피한 쿠쿠가 뭔가 말하려는 듯 셀레스티아를 쳐다본다.



     가면 너머의 시선을 받은 셀레스티아는 이윽고 검을 거두었고, 이를 계기로 쿠쿠가 입을 연다.



    "...... 급소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래서야 찔리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겠군요."

    "돌아가세요. 더 이상 볼일 없어요."

    "............"



     말없이 뒤로 물러나 창가로 다가간다.



     그 사이에도 사방에서 보이지 않는 검이 날아왔지만, 스승이 전수해 준 회피술로 피하면서 창문을 빠져나갔다.



    "...... 경탄, 그렇군요."

    "역시 마왕 폐하의 직제자 ...... 그 오크조차도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은 ......"



     마리뿐만 아니라 셀레스티아도 감탄할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쿠쿠. 놀랍게도 쿠쿠를 아스라에게 맡겨서 일주일 동안 단련시켰다고 한다.



    "저는 크로노 님을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이걸로 오크들을 지도하는 아스라 씨는 변명할 여지가 없어졌어요. 그런 목적도 있는 거겠지요."

    "............"



     셀레스티아가 내뱉기에는 너무도 어색한 말이었다.



     그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셀레스티아를 불가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천상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베네딕트를 특정지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것도 자기 군대도 사용하지 않고, 손도 더럽히지 않고, 국가나 엔제교에 들키지 않고, 말살까지 할 수 있다면서.



    "...... 그, 천사 베네딕트에게 무슨 일을 당했습니까?"



     그 수단은 마리 일행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대변자가 된 모브가 등 뒤에서 물었다.



    "............"



     질문을 받은 셀레스티아는 의아해하는 두 부하를 옆에서 바라보며 다시 한번............ 그날의 놀라움을 떠올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능가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취할 수단을 미리 예측하고서 본인을 눈앞에 나타나게 한 것이다. 자신이 방문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얼굴을 맞대는 절차에 들어가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그야말로 신의 계산이었다.



    "...... 아크만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요. 언젠가는 밝혀질 테니."



     다시 피어오르는 한심함을 억누르고, 주머니의 열쇠를 움켜쥐며 쾌감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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