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옷!"
"새끼가아아!!"
뛰어내리면서 검을 찌르려고 시도한 흑기사였지만, 속도는 토니가 더 빨랐다. 내려온 순간부터 피하고서 맞잡은 손을 움켜쥔 토니에 의해 망치처럼 내리쳐진다.
밖에서 보면 6층, 5층, 4층, 3층...... 단계적으로 먼지가 일어나고, 몸의 중심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 단계씩 내려가는 충격은 압권이었다.
그야말로 괴물과 영웅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마침내 2층 바닥까지 뚫고 한 층을 뒤흔든 두 사람은 무너져 내리는 오크스 안에서 또다시 격돌한다. 잔해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맞으면 베고, 베이면 찢으며, 서로를 투닥거리는 것처럼 검과 손톱으로 맞붙는다.
"이익ㅡㅡㅡㅡ!!!"
의지가 투철한 영웅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쌍검을 휘두른다.
속도를 기교로 보완하고, 마검을 구사하여 공격을 교환한다.
"아아! 더다, 더어어어어!!!"
원하여 태어난 괴물은, 존재의의를 위해 멈추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든 괴물로써의 엄청난 힘을 휘두를 뿐이다.
하지만 여태까지처럼 피가 흐르는 일은 없다. 밀고 밀리지만, 비슷한 실력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흑기사에게는 <밤의 검>과 <비취>가 있다. 높아지는 무게와, 깎여가는 생명으로서의 힘.
"ㅡㅡ흡!"
"크오오......!?"
<밤의 검>에 별이 점등된다.
검에서 별하늘의 마력이 일어나자, 그 마검은 파괴력에서 토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별은 강힘, 밤하늘은 무게, 밤하늘의 반짝임은 탁월한 기량에 의해 계승된다.
흑기사가 한 걸음 내디뎠다. 동시에 토니가 한 발짝 물러서며 얼굴색이 변한다.
[아아, 보고 있냐 ......?]
괴물의 눈빛이 변한다.
.........
......
...
한쪽의 오크스가 오랜 역사 끝에 완전히 붕괴되려 하고 있다.
침략자들과 혁명군으로부터 알스를 지켜온 탑조차도 그들의 싸움을 견딜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물의 사령과의 싸움도 잊은 채 놀라던 자들이, 오크스에서 튀어나오는 그림자를 본다.
그림자는 엄청난 기세로 몇 번이나 땅을 튀어 오르다가 결국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큭 ......"
무릎을 꿇은 흑기사 .......
그 눈앞에는 무너져 내리는 오크스에서 유유히 걸어 나오는 토니가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더욱 변화되어 머리 뒤쪽과 등과 팔꿈치에서는 뿔을 연상케 하는 돌출부가 생겼고, 몸도 한층 더 커졌다. 모양만 봐도 흉악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 환수 라이칸슬롭.
늑대인간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썩은 인간드으으을, 토니 님의 행차이시다아아아!!!!]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발광과 함께, 붉은 달의 붉은빛을 받으며 괴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다.
사령을 조종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단 한 마리의 늑대인간에 의해, 흑기사를 포함한 전투의 전문가들이 곤경에 처했다. 그것은 아르스를 넘어 영지 전체의 위기였고, 나아가 미래의 영걸과 국민에 대한 위협이었다.
그야말로 지금의 토니는, 괴물을 넘어 사신이 되어 달려갔다.
[히이이ㅡㅡㅡㅡ]
ㅡㅡ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쿠오오!"
숨을 내쉴 틈도 없이 눈앞에 다가온 토니를 향해, 나란히 늘어뜨린 쌍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자세를 낮춰서 허공을 베었고, 대신 축이 되는 왼발을 붙잡힌다. 마치 수건을 다루듯 휘둘러 땅을 깨뜨릴 듯한 기세로 내리 꽂힌다.
"크으......!"
[그렇겠지! 이런 걸로 죽을 리가 있겠냐!? 최고라고!!]
"읏ㅡㅡㅡㅡㅡㅡ!?"
마구 휘둘러져서 몇 번이고 땅에 처박히는 흑기사. 금이 간 갑옷은 다음 순간 다시 하늘로 던져진다.
[오라아아!! 주인님의 명령이다아아!]
여전히 끝없이 모여드는 사령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와, 흑기사를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았다.
가히 사령왕이라 불릴 만한 능력이 흑기사 단 한 명을 덮친다.
"...... 이, 이런 거, 어떻게 하냐고 ......"
"저............ 저런 존재를 누가 이길 수 있겠어!"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검투사도 용병도, 대주교들도 무기를 쥔 손에 힘이 없다.
"............"
일부는 자포자기하여 흩어진 생명의 뒤를 쫓을 생각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넘쳐흐르는 순흑이 사령을 날려버리며, 그 한 사람만은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