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 각오만은 해두자......(1)
    2024년 05월 06일 16시 38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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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택 밖에서 쓰러져 있던 그 소녀. 지금은 내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처음엔 의식을 잃은 중태였지만, 이미 위험한 상태는 벗어났고 지금은 많이 호전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몸 상태일 것이다.
     회복 마법도 만능은 아니다. 물리적인 외상을 막는 것은 잘하지만, 피로 회복, 정신 회복, 기력 보급, 피의 보충, 질병 치료 등........ 이것들에게는 기껏해야 개선 촉진의 효과만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오늘은 필리아와 시이나와 함께 보드게임이라도 하면서 놀려고 했는데........"

     침대 옆에 의자를 가져와 책을 한 손에 들고 앉았다.

     혹시라도 일어날 경우 상황 설명이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다만,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 소란을 피우면 소녀의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는 필리아와 시이나가 없다. 이 방에 있는 건 나와 이 소녀뿐이다.
     참고로 이 아이가 중태에 빠진 원인 중 하나는 나에게도 있다. 어쨌든 이 아이에게는 방범용 전기충격을 받은 흔적이 있다. 그것을 설치한 당사자인 내가 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애초에 이 아이는 왜 밖에 있었을까?"

     작동된 방범 마법의 주변 상황을 확인하러 갔을 때는 부주의로 외출한 누군가가 실수로 이 저택까지 왔다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혹은 고의로 저택에 침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금품을 노리고 침입했을 가능성도.

     ...... 혹시 고아일까?
     이 세상에는 그러한 친척이 없는 아이들이 나름대로 있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나도 고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세계에서 온 방문자. 당연히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고, 살 집도,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도 없다.
     지금은 마법사 그리고 모험가로 이름을 날리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한 발짝 잘못하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필리아처럼 노예로 전락해 누군지도 모르는 부자를 주인님으로 불렀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런 힘도 없이 모험가가 되어 첫 모험에서 쓰러져 죽었을 수도 있다.
     입발린 이야기에 속아 납치의 피해자가 되었거나.

     ...... 정말이지, 이랬던 나에게 마법의 모든 것과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그녀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만나고 싶다. 사이가 틀어진 것 같은 일이 생겨서 그만 헤어졌지만 ......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지금은 이 아이를 신경써야 해."

     스스로 말하기도 뭣하지만, S랭크 모험가는 특별한 존재다.
     S랭크 마물을 단독으로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자만이 그 칭호를 얻을 수 있다.
     그 명성은 모험가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나 시이나처럼 한 곳에 머물며 활동하는 경우라면, 특히 그 도시의 일반인들에게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다.
     즉, 이 저택이 S랭크 모험가 《지전의 마술사》의 집이라는 것은 이 도시 주민들에게 이미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이름난 마법사의 집. 조금만 생각해보면 침입 방지 마법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침입한 흔적을 마법으로 조사할 수 있다면 그 정체가 밝혀져 끝장날 것이다.

     그런 위험을 모두 무시하고 침입을 시도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뭐, 어린애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어차피 전부 예상에 불과하다.
     이 아이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아직 뭐라 단언할 수 없다.

     그때까지는 '오크와 여기사'의 다음 내용이라도 읽으며 적당히 시간을 때우도록 하자.

    "............"

     평소 같으면 벽시계의 미세한 초침 소리만 울려 퍼졌을 텐데, 저택 밖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이 그 소리를 덮어버렸다.
     오늘 아침 밖에 나갔을 때보다 더 거세게 몰아치는 것 같다.
     이런 날은 바람에 날아온 물건이 부딪혀 창문이 깨질 위험이 있지만, 미리 마법으로 고정 및 보호를 해놓았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 좋은 이야기였어."

     '탁' 하고 『오크와 여기사』를 덮는다.
     무심코 내뱉은 소감은 틀림없는 내 진심이다.

     크으, 정말 좋은 이야기였다 .......
     한때는 배드엔딩이 될까 봐 걱정했는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여기사가 마지막에 그런 행동을 할 줄이야 ...... 왠지 인간과 마물의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았다고. 후후후.

     ...... 뭐, 오크는 좀 그렇지만.
     고블린도 좀 .......
     오우거도 싫다.
     그리고 트롤도 ...... 그래. 가능성 따위는 없어.
     하지만 슬라임과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직 2차 슬라임 대작전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이제 곧 점심인가?"

     필리아와 시이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필리아에게 오늘은 마법 훈련도 공부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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