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 내가 입어도 안 어울린다(3)
    2024년 05월 05일 23시 19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 기우였을까?"

     어쩌면 폭발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누군가가 저택에 들어가려다가 방범 마법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어쨌든 이 정도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부주의하게 밖으로 나갔다가 바람에 날려서 운 나쁘게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방범마법에 걸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보이지 않으니 ...... 역시 정비불량이라서 폭발한 것일 뿐이다.
     혼자 그렇게 확신하고서 부지 안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였다. 앞으로 나아가려던 발이 무언가에 부딪혔다.
     그제야 겨우, 먼 곳만 주시하느라 가까운 곳의 확인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작은 사람이 누워 있었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어린아이라는 것뿐이다.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 작은 체격의 아이.

     서둘러 상태를 확인한다.
     그때 후드 안쪽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여자아이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상태가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맥박은 아직 있었다. 하지만 의식은 없고, 몸 끝은 죽은 사람처럼 차갑게 식어 있다.
     숨도 끊어질 듯이 가쁜데,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사망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에는 방범 마법의 전기충격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오길 잘했어."

     회복 마법을 사용해 우선 상처를 치료한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입고 있는 로브의 물기를 마법으로 없애고, 다시 마법으로 로브에 열을 부여해 최대한 몸을 따스하게 해 주었다.
     그다음에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상태 회복 계열의 마법을 사용해서 .......

     아직도 안색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걸로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침대에 눕혀야 해."

     쓰러져 있는 로브 소녀를 안고서 빠른 걸음으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 필리아와 시이나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스승님. 무사하셨 ......, 그 아이는 뭔가요?"
    "하아, 하아 ...... 바, 바깥에 쓰러져 있었어. 방범마법, 에 ...... 휘말려서, 그대로, 하아 ...... 바깥, 에 ...... 쓰러져 있었던 것 같아서...... 당장, 침대에 눕혀야......"

     아, 안 되겠어 ...... 역시 엘프는 안 돼 ...... 너무 허약해.
     어린애 하나 안고 현관까지 달려가는데도 이 모양이다. 손은 덜덜 떨리고, 숨결은 엄청나게 거칠다 .......
     이 몸이 되고 나서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력이 붙질 않는 것이다.
     특히 힘쓰는 일은 잼병이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체력이 바닥나버린다 .......

    "...... 내가 ......(내가 들고 갈 테니 할로짱은 쉬고 있어!)"

     다가온 시이나가 양손을 내밀자, 그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다.

    "고, 고마워 시이나 ......  방의 ...... 침대까지, 부탁 ......해."

     그렇게 말하며 로브 소녀에게 로브를 건네주자, 시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재빨리 복도를 나아갔다.

     이, 이제야 겨우 쉴 수 있겠어 .......
     정신이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친 호흡을 반복하며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런 나에게 필리아가 다가와 부드럽게 어깨를 받쳐주었다.

    "수고하셨어요, 스승님."
    "그래...... 고마워. 나도 시이나처럼 마력의 순환으로 신체 능력을 올릴 수 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을 텐데 ......"
    "스승님도 사용할 수 없는 건가요?"
    "적성이 전혀 없거든."

     어깨를 으쓱한다. 마법의 재능이 있는 만큼, 그쪽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아 필리아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섰다.

    "자, 그럼 조금 늦었만 아침을 먹으러 갈까?"
    "네!"

     필리아와 함께 식당으로 돌아갔다.
     내가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는 아직 요리 중이었지만, 필리아가 나머지를 완성했는지 테이블에는 이미 세 사람 분의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필리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렇게 잠시 후 돌아온 시이나까지 합세해 평소처럼 셋이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