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 솔직히 말해서 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4)
    2024년 05월 05일 08시 38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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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컨대, 누군가를 지배하면 할수록 음마 자신도 점점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수색을 해도 흔적조차 찾지 못한다는 것은, 사람을 완전히 지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기껏해야 일시적인 가벼운 세뇌로 식량과 잠자리를 확보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긴급 소집 때 모였을 때는 내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도망친 걸 보면 꽤나 소심한 음마인 것 같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높은 랭크의 여성 모험가들이 총출동해서 찾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도망칠 곳이 없어진 음마를 처치할 수 있을 거야."
    "응 (그렇구나. 그럼 안심해도 되겠네?)"
    "...... 다만, 뭐...... 내일은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광장을 지날 때, 그 중앙에 자리 잡은 석상을 흘깃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광장에 있는 석상은 거대한 개구리 위에 작은 새가 올라타고 있는, 언뜻 보기에 의미심장한 디자인이다.
     그 실체는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마법의 도구로, 마을이나 도시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흔히 볼 수 있는 조형물이다.

     작은 새가 가리키는 것은 맑은 하늘. 개구리가 가리키는 것은 비 오는 하늘.
     즉, 새의 눈이 빛나면 내일 날씨가 맑을 것이고, 개구리의 눈이 빛나면 비가 온다는 뜻이다.

     그 석상이 이번에는 개구리의 눈이 꽤 강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빛의 강도는 그 날씨가 얼마나 심한지를 나타내는데, 내일은 상당한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구름 낀 날씨도 상당히 수상하다.
     그리고 모험가 길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 내일은 수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문단속을 확인해야겠어. 방범 마법도 폭발하지 않도록 점검해 둬야겠고."
    "...... 도울 수, 있는 일 ...... 있어? (나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글쎄 ...... 그럼 나는 마법 쪽을 점검할 테니, 시이나는 문단속을 부탁할게."
    "응. (응. 맡겨줘~)"

     고개를 끄덕인 시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고양이 귀가 움직인다.
     쓰다듬어 주는 것에 대한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긴급의뢰는 파기할 수 없다. 그리고 음마를 좀처럼 찾지 못해 연일 발품을 팔며 흔적 찾기에 여념이 없다.
     궂은 날씨라고는 해도, 내일은 오랜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울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나도 같은 마음이다.
     필리아도 요즘은 집에만 있어 외로워하는 것 같았지만, 내일만큼은 그런 고생을 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래...... 응.
     내일은 필리아의 마법 공부도 쉬고 셋이서 놀아볼까 한다.
     보드게임 같은 것은 도구만 준비하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 세상에 와서 그런 놀이를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던 것 같다.
     왜냐면 전생과 달리 전자기기가 없어서, 그것을 아는 나로서는 이 세상의 오락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기껏해야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시간이 나면 요리 공부를 하거나, 집을 마법으로 요새화하거나, 정원 가꾸기에 몰두하거나 .......
     그리고, 그...... 자기가 자기를, 그 ...... 아니, 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누군가와 함께 놀아본 지가 너무 오랜만이다.
     그래서 조금 들떠 있는 것도 ......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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