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 솔직히 말해서 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2)
    2024년 05월 05일 08시 36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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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을 감행한 덕분인지 섬멸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이후의 처리 도중 한 음마가 도망친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 흔적은 하필이면 도시 쪽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정체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

     이것이 이번 긴급 의뢰가 발령된 이유라고 한다.

    "그렇구나."

     음마는 매우 위험한 종족이다.
     음마의 체액은 음마를 제외한 거의 모든 생물을 발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여기에 세뇌의 마법을 더해 대상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

     음마의 외모는 일반적인 인간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숨어든 음마는 남겨진 흔적에 따르면 여성 음마, 즉 서큐버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자 모험가라면 쉽게 속아서 체액을 빨아들이고 지배당할 수 있다.
     그리고 모험가가 음마의 전력에 가세하면 상황은 더 꼬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성모험가들만 모은 것 같다.

    "...... 으음"

     서큐버스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여성 모험가들이 모였다. 그건 알겠는데 .......
     ...... 애초에 나는 귀여운 여자아이들과 함께 냥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거든.
     솔직히 말해서 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조금만 상상해 보자.
     만약 예쁜 여자애가 말을 걸어와서 뒷골목 같은 곳으로 데려가서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

     [당신을 계속 동경하고 지켜봤어요.......볼 때마다 점점 마음이 두근거려서.......이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요.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한 명의 소녀로서 ......]

     ............ 음. 좋아 .......
     필리아나 시이나와 냥냥하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어디까지나 나와 그녀들은 동성이다.
     나의 이 마음은 분명 왜곡된 것이라서, 내가 그걸 원했을 때 두 사람이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역시 죄책감 같은 걸 떨쳐버릴 수 없다.

     내가 지금의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우왕좌왕하는 것도 다 두 사람을 생각해서다.
     미움받을까 봐, 기분 나쁠까 봐 같은 그런 엉뚱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두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니까. 정말 그것뿐이다.
     ...... 저, 정말이라고?

     아무튼,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내 앞에 같은 취미를 가졌으며 나를 좋아해 주는 예쁜 여자가 나타난다면 .......
     그리고 방금 생각했던 것과 같은 이상적인 고백을 받는다면 ......!

     으음. 이건 마음이 끌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네요. 네.
     ...... 아니, 끌리면 안 되겠지만.

     하지만 역시 ......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나를 좋아해 주는 귀여운 여자애와 함께, 냥냥하면서 타락한 매일을 보내고 싶다 .......

    "할로, 짱? (할로짱? 가만히 서서는, 무슨 일이야 ......? 이미 이야기도 끝나서 해산인데?)"
    "뭣!? 어, 어어."

     어느새 시이나가 소매를 잡아당기며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겨 있었던 모양인지, 이미 많은 모험가들이 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 잠깐 생각에 잠겨 있었어. 이제 괜찮으니까 우리도 갈까?"
    "............ (생각 ......멍하니 있는 것 같았는데.......혹시........, 불안한 일이라도 있어 ......? 정말 괜찮으려나, 할로짱......)"

     대답을 했을 텐데도, 여전히 시이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시 ...... 시이나? 무슨 일이야?"

     왠지 좀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더니, 갑자기 손을 꽉 잡혔다.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 눈을 부릅뜬 채 오직 나만 쳐다보자 .......
     그녀 스스로가 풍기는 불온한 분위기와 맞물려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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