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군체 슬라임이네 ...... 대량으로 발생한 개체가 모두 붙어 있는 것 같아."
"군체, 슬라임......(군체 슬라임...... 저게 그런 거였구나. 처음 봤어)"
나와 시이나는 지금 그림자 속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 군체 슬라임은 아직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군체 슬라임은 수많은 슬라임의 집합체를 말한다.
체액을 그 몸을 구성하는 슬라임 전체가 공유하며, 무수한 핵을 가지고 있다. 다량의 체액 때문에 공격이 막혀 핵에 공격이 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두 개 정도 핵을 파괴하는 정도로는 쓰러뜨리기 힘들기 때문에 까다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군체 슬라임은 그 거대한 몸을 구성하는 모든 슬라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영양분을 찾아 여기저기서 풀과 나무를 갉아먹으며 늪을 배회하고 있다.
지금은 그저 그저 주변을 먹어치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영양을 충분히 보충할 수 없게 되면, 사람의 발길이 닿는 도시를 향해 진군을 시작할 것이다.
나나 시이나와 같은 모험가라면 몰라도, 만지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거대한 몬스터가 공격해 오는 상황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공포의 화신과 다름없다.
물론, 그런 위협이 되기 전에 나와 시나가 이렇게 쓰러뜨리러 온 것이지만 말이다.
"계획과는 조금 달랐지만, 시이나. 괜찮겠어?"
"음 ......! (군체 슬라임과 싸우는 건 처음이지만 ...... 괜찮아! 할로짱이 붙어 있으니까!
"그래. 그럼 지금부터 그 마법을 걸어줄게. 가만히 있어."
시이나의 손을 잡고서 나와 시이나에게 슬라임 리플렉터를 발동한다.
이런 결함 마법이 아니라 옷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완전판 슬라임 리플렉터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나한테만 걸면 혹시라도 발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결함 마법을 걸었다.
뭐, 쓸데없는 걱정인 것 같긴 하지만. 슬라임은 움직임이 느리고, 나는 시이나와 달리 뒤에 있으니까.
"...... 좋아. 끝났어. 가자, 시이나."
"응 ......! (힘내자, 할로짱!)"
훗훗훗...... 자, 이제 슬라임 대작전을 시작할 때!
나와 시이나는 함께 계단에서 뛰어내려 군체 슬라임으로 향했다.
함께라고는 했지만, 시이나의 신체능력이 압도적으로 높다. 먼저 군체 슬라임을 향해 공격을 시작한 것도 시이나다.
평소 같았으면 시이나가 순식간에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군체 슬라임에게 시이나의 공격 효과는 미미하다. 핵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베어도 금방 달라붙어 재생하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만큼 칼날도 깊숙이 닿지 않아서, 무수히 많은 핵 중 일부만 손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어서, 시이나는 역시 매우 버거워하는 것 같다.
일단은 검을 휘두를 때의 충격파로 슬라임의 몸을 확실히 조금씩 깎아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의 군체 슬라임은 3층짜리 건물 정도의 크기라서 저런 식으로 깎아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이나 혼자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내가 있다.
"플레임 랜스."
실수로 시이나를 맞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불의 마법을 발사한다.
물론, 시이나라면 보고 피하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중급 마법, 플레임 랜스.
랜스 계열 마법은 어쨌든 만능으로 유명한 마법이다.
중급 마법 중 가장 술식이 간단하고, 마력 소모가 적고 위력이 높으며 사거리도 길다. 조금만 수식을 수정하면 물, 얼음, 번개 등 다양한 변형을 할 수 있다. 어쨌든 사용 편의성이 뛰어난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