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고통으로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순간, 드디어 내 처참한 상황을 알아차린 필리아가 손을 떼어주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시이나에게 갑자기 몸을 끌려가게 되지만, 더 이상 죽어가는 나에게 반항할 힘은 없어서 조금 놀란 듯한 시이나에게 껴안겼다.
"미, 미안......해...... (하, 할로짱......으으, 나........무슨 짓을.......정말 미안해. 아팠지......?)"
"......괘, 괜찮아 ......"
시이나와 떨어져서, 비틀거리며 벽에 손을 대고 혼자 서 있다.
아, 아팠다...... 말도 안 된다고 이거.......
하렘 주인공은 매일 이런 고통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가 ...... 제대로 히로인 모두에게 신경을 쓰면서 .......
...... 이제부터는 그들한테 '씨'를 붙여서 부르자. 하렘 주인공 씨다. 내 인생의 참고가 되는 선배들이니까.
다음에 하렘 관련 책도 사서 공부도 해두자 .......
"스승님. 괜찮으세요......?"
"그래 ...... 괜찮아. 다만, 조금 피곤하네 ...... 오늘은 오랜만에 모험가 활동도 했으니까."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시이나를 만나고, 파이어드래곤 학살사건이 일어나고, 필리아에게 키스당할 뻔하고, 시이나가 필리아를 처치하려고 쳐들어오거나, 지금처럼 잡아당겨지기도 하고 .......
그렇게 오늘을 돌이켜보자, 그동안의 피로가 갑자기 밀려오는 듯 몸이 무거워진다.
"두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제 그만 잘래."
"알겠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스승님......"
"미안......해......(나도 미안해 할로짱......)"
"앞으로 조심해 준다면 됐어. 이런 일로 두 사람을 미워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알겠지? 누구한테나 실패는 있어."
그렇게 웃어주자 두 사람도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았다.
"시이나. 같이 사는 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다시 할 테니까 오늘은 이 방에서 푹 쉬도록 해."
"......응(사실 할로짱의 방에서 밤을 새우고 싶었지만 ...... 이제부터는 매일매일 원하는 만큼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오늘만큼은 참아야지)"
"필리아도 내일부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생활이 되겠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가자."
"네."
"좋아요. 그럼 둘 다 내일 또 봐."
"네!"
"...... 응 ......(내일 또 보자!)"
힘차게 대답하는 필리아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시이나.
대조적인 두 사람의 반응을 뒤로하고서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앞으로의 생활은 어제까지와 조금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최종 목표는 여전히 변함없다.
바로 예쁜 여자애와 ...... 필리아나 시이나, 혹은 둘 다와 함께 팡팡냥냥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것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반드시 해낼 거야 ......!
...... 그건 그렇고.
지금 드물게도 필리아가 침실까지 따라오지 않고 있다.
직전에 나를 무리하게 끌어당긴 것이 신경 쓰였는지 자제하는 것 같다.
실로 한 달여 만의 혼자만의 밤이다.
즉, 지난 한 달 동안 쌓여있던 어떤 욕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 ......!
...... 이긴 하지만.
............ 음........
아니, 하지만 오늘은 정말 피곤해 .......
관절이 빠지기 직전까지 계속 잡아당겨져서 그런지 아직도 온몸의 관절이 아프다. 침대에 누워 1분만 있으면 잠이 올 것 같을 정도로 졸리고.
지금까지와는 생활 사이클이 달라졌으니, 이렇게 혼자 조용히 자기 방에 틀어박힐 수 있는 시간도 곧 올 거다.
그때 하면 되겠지, 응.
오늘은 이만 자러 가야겠다.
"...... 잘 자요."
지금은 나 말고 아무도 없다. 하지만 평소에는 필리아가 잠드는 순간까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바로 찾아온 잠이 내 의식을 일찌감치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