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 왠지, 두근거려......(1)
    2024년 05월 03일 15시 49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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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를 마친 나는 지금 필리아와 시이나 둘을 데리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참고로 저녁 식사 때의 모습 말인데, 평소에는 필리아와 대화가 활발하게 오갔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했다.
     시이나는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라 평상시였고, 필리아는 필리아대로 직전에 나에게 했던 짓과, 그리고 시이나의 존재를 의식한 탓일 것이다.

     단 한 가지 대화가 있었는데, 시이나가 용고기를 먹으며 "맛있, 어 ......"라며 반색을 하자, 필리아도 경쟁하듯 "저, 저도 정말 맛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일까.
     그리고 두 사람 분량의 음식을 물 흐르듯 먹어 치우는 시이나를 필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필리아는 지금도 여전히 경계하는 듯 시이나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다.
     필리아는 가족으로서 내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역시 개인적인 감정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반면 처음 만났을 때 필리아를 마구 도발했던 시이나는, 그 이후로 많이 얌전해졌다.
     울먹이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려는 필리아를 보고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이대로 아무 일 없이 화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

    "그럼, 시이나. 오늘부터 이곳을 네 방으로 할 생각이야."

     목적의 방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 시이나에게 내부를 보여주었다.

     침대와 옷장 등 생활에 필요한 가구만 놓여 있는 간결한 방이었다.
     이 저택에 있는 많은 빈 방 중 하나이며, 가구는 예비용이다.

    "......나의......방......? (하, 할로짱 ......? 오늘부터라니 ......? 어, 어라? 오늘만 묵게 해주는 거 아니었어?"
    "그래. 앞으로의 네 침실이야. 안 쓰던 빈 방이라서 조금 먼지가 많아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 불만 ...... 아니야 ...... (이런 멋진 방에 불만이 있을 리가 없어! 내가 어제까지 살던 숙소의 방보다 크고, 침대도 엄청 푹신푹신한 것 같아 ......)"
    "그렇구나. 그럼 다행이고."

     한동안 방 안을 바라보던 시이나는, 그 시선을 내 쪽으로 향했다.

    "...... 할로, 짱 ......(이건 ...... 역시 할로짱은 내가 여러 숙소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것을 알고서 이 방을 준다고 ...... 같이 살자고 ......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거지 ......?)"
    "왜 그래?"
    "정, 말......괜찮아......? (그거 정말 ...... 정말로, 괜찮아 ......?)"

     마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거나 사람들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대담하게 포옹을 하거나, 필리아에게 도발적인 도발을 하기도 한다.
     평소의 대담한 시이나에 비해서는 드물게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불안감 속에 희미한 기대가 섞여 있는 그 눈빛.
     평소에는 그저 광기에 물들어 있던 그 눈동자가, 지금은 나이에 걸맞은 순진한 색을 띠고 있었다.

    "물론이야. 앞으로 같이 살게 될 거야. 자기 방이 없으면 불편하겠지? 그리고 원래 이 저택은 둘만 살기엔 너무 넓어서 방이 방이 남거든. 이 정도는 별거 아니야."
    "............(할로짱 ......)"

     시이나는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 음....... .......
     평소와 다른 이 소극적인 반응 ...... 역시 시이나의 과거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시이나의 과거라 ...... 예를 들어 ...... 그렇겠지.

     가혹한 환경의 땅에서 태어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점점이 거처를 옮기며 살아왔다거나 ......?
     그런 삶 속에서 부모님이 마물에게 잡아먹혀 홀로 남겨진 어린 시이나는 살기 위해 그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필사적으로 배웠으며 ...... 점차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면서도 지금도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강력한 힘을 목숨을 걸고 터득했다 ......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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