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향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를 공포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험가들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자, 친구가 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 쫓아가면 도중에 넘어진 사람이 내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눈이 하얗게 질려서 기절하고 .......
두 번, 세 번, 네 번.
이번만큼은 겁주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왠지 항상 같은 결과로 수렴되어 어느새 나에게 파티를 맺자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왠지 모르게 불명예스러운 소문까지 나돌기 시작한 것 같았다.
생물을 학살하는 것이 취미.
피를 보는 순간 미소를 짓는다.
함께 의뢰를 받으러 간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얼굴을 찡그리며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간다.
원래 머리가 하얀색이었는데, 피를 너무 많이 머금어서 검붉게 물들었다.
기타 등등 .......
생물을 학살하는 것이 취미라니, 아냐. 싸울 때는 대부분 죽고 싶지 않은 공포에 휩싸여서 자제력이 없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는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어 .......
피를 보는 순간 미소가 나온다니, 그건 공포로 얼굴이 굳어서 웃고 있는 것뿐이야.
같이 의뢰하러 갔던 사람이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갔다니, 나도 충격이야.
원래 머리가 하얀색이었는데 피를 너무 많이 머금어서 지금처럼 됐다는 건 전혀 달라. 이건 원래 이래.
저기, 왜? 왜 이런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 난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
그저 친구를 원했고, 그 친구를 위해 열심히 두려움을 견디며 필사적으로 모험가로 활동해 왔을 뿐인데 .......
...... 어느새 나는 고향과 마찬가지로 고립되어 있었다.
모두가 나를 공포의 눈으로 바라보고, 모두가 나를 피했다.
S랭크에 오를 즈음에는 마을 사람들도, 모험가들도, 길드원들도 모두 나를 멀리하게 되었다.
아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
나는 그저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 떨고, 놀고, 쇼핑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그런 당연한 행복을 원할 뿐이었는데.......
차라리 어딘가 멀리,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거점을 옮길까 .......
......하지만 거기서도 똑같이 겁을 먹게 되면 어쩌지?
또 거점을 옮기고 ...... 그래서? 거기서도 또 무서워하면?
그런 안 좋은 상상들만 부풀어 올라서, 결국 나는 고향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을 혼자서 보내고 있었다.
그런 때였다.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은.
"미안해. 잠시만 괜찮을까?"
역시 먼 곳으로 거점을 옮기기로 마음먹고 게시판 앞에서 먼 곳의 토벌 의뢰를 살피고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
깜짝 놀라 얼굴을 돌렸다.
거기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키는 나와 비슷한 정도. 귀가 조금 뾰족해서 엘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하얗고 상처 하나 없는 아름다운 피부. 한 올 한 올 가늘고 고운 은빛 머리카락이 그녀의 보석 같은 눈동자를 물들인다.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굳어 있는 나에게, 소녀는 말했다.
"갑자기 미안해. 나는 할로라고 해. 얼마 전에 S랭크가 된 사람인데 ...... 너는 《블러디걸》이 맞지?"
"......"
"《블러디걸》 ...... 으으, 맞아. 내가 그 두 이름의 소유자다.
아아, 왜 나한테 그런 이명이 붙은 걸까? 피를 좋아하지 않는데. 친구만 원할 뿐인데.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
라고 원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대답, 대답해야 해!
내가 급히 고개를 끄덕이자, 할로 ......짱? 은 조금 안도하는 듯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