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괜찮아......괜찮으, 니까(7)
    2024년 04월 29일 17시 41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도 든다. 안아주는 것 외에 뭔가 좋은 느낌의 말이 있으면 더 좋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그 짧은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생각한 단어가 '괜찮아'였다.

     이 괜찮다는 말은 매우 범용성이 높다.
     상대방이 어떤 심리상태에 있든, 일단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말해주면 대충은 다 해결되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설령 빗나갔다고 해도, 내가 시이나를 걱정하고 있음은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이나에게 악감정을 품게 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시이나는 무기를 내려놓고 나의 포옹을 받아들이고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괜찮다는 말을 반복한다.
     시이나의 떨림이 멈출 때까지 계속.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이나 역시 나를 안아주었다.
     그녀의 힘이라면 내 가냘픈 몸뚱이 정도는 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이나는 결코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깨진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

     훗 .......
     좋아. 잘했어.
     시이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나는 정답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대로라면 시나가 나를 죽이려 들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적당히 이야기만 흘려보내고, 의뢰를 끝내고, 이 아이와 헤어지기만 하면 미션 컴플리트 ......!

     이제 사랑이 어쩌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첫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보다 말이지? 저런 잔혹한 공포극을 보고도 아직도 이 아이에게 반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미쳤어. 머리 이상한 거 아니냐고.
     흔들다리 효과로 공포를 사랑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아니, 위험을 가져오는 흔들다리에 사랑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외모는 확실히 귀엽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말이지. 저런 걸 보았는데도 아직 손을 댈 용기가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없습니다.
     정말 없습니다.

     ......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이제 스킨십 같은 건 둘째 치고.
     같은 성향을 가진 동료를 찾는 것도, 됐다.
     이제는 냥냥만 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니까 .......

    "...... 할 ...... 로 ...... 짱."
    "힉, 으응! 무, 무슨 일이야?"

     귓가에 들려오는 중얼거림에, 심장이 덜컹거리면서도 애써 평온한 척을 한다.
     그런 나에게 시이나는 말한다.

     속삭이듯, 이후 나와 그녀의 관계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말을 속삭이듯 말한다.

    "............ 너, 는 ...... 이미 나의 ............. ...것 ......"
    "엑."
    "절대. 거절 ...... 시키지 않아."

     녹아내릴 듯,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비유하자면, 마치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처음. 네가 ...... 처음. 나를 ...... 받아, 들인......"
    "처, 처음......?"
    "응............ 네, 가...... 나의, 모든...... 너만, 이 ......"

     뺨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고양이처럼 뺨과 턱을 비비는 시이나.
     마치 고양이가 자신의 페로몬을 문지르며,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듯 .......

     ............ 어, 어라?
     이건 혹시 ...... 정답이 아니라 꽤나 위험한 루트로 빠진 것은 아닐까 ......?

    "...... 계속 ...... 함께 ......"
    "............ 응."

     여기서 만약 도망치는 선택을 한다면, 이번엔 확실히 베여버린다.
     더 이상 내게는 도망갈 길 따위는 남아있지 않다.
     스스로 나아가 시이나를 껴안는 순간, 이미 .......

     피바다 한가운데서, 시이나가 메마른 메마른 지으며 계속 안아주고 있다.

     그날, 나는 마치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