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괜찮아......괜찮으, 니까(3)
    2024년 04월 29일 17시 36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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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옆에서 말을 걸자, 그녀는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이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음 ...... 역시 귀엽다. 멀리서 봐도 귀여웠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귀엽다.

    "갑자기 미안. 나는 할로라고 해. 얼마 전 S랭크가 된 사람인데 ...... 너는 S랭크 모험가인 《블러디걸》이 맞지?"
    "......"

     잠시 뜸 들였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 무표정. 소문으로 들었던 것과 같은 특징이었다.
     듣던 대로인데 ...... 음, 이건 생각보다 친해지지 어렵겠네 .......
     갑자기 말을 건네는 나를 단순히 의아해하는 건지, 아니면 경계하는 건지.
     표정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

     조금 주눅이 들지만 ...... 여기서 한번, 상상해 봐라, 나여.
     언젠가 다가올 미래 ...... 그래. 이 눈앞에 있는 인형 같은 소녀가 수줍은 듯 붉은 얼굴로 나를 원하는 모습을 ......!

     오오...... 이건 된다! 갑자기 의욕이 생겼다!
     인간은 하면 된다! 기세만 있다면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엘프지만!

    "이 도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S랭크 모험가가 나 말고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계속 궁금했어. 그래서, 괜찮다면 ......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않을래? 그, 너와 친분을 쌓고 싶어서 말이야."
    "......!"
    "만약 시간이 없다면, 다음 의뢰를 도와줄게. 이래 뵈어도 나는 《지전의 마법사》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마법의 실력에는 꽤 자신감이 있어. 발목을 잡거나 하지는 않을 테고, 보상도 모두 너에게 줄게."
    "............"
    "어때?"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한꺼번에 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말을 끝내고 나자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말을 걸었나 싶으면, 의뢰를 무료로 도와주겠다며 관여하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뭔가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니, 의뢰에 대한 언급까지 한 것은 불필요했다. 친분을 쌓고 싶다는 말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 행동을 조금 후회했지만, 다행히도 한참을 기다린 후 소녀의 대답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기쁨을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 의, 뢰...... 이거......"

     고맙다는 말에, 소녀는 재빨리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걸어가는가 싶더니 게시판의 한 장의 종이를 가리켰다.
     하지만 그녀가 가리킨 게시판은 A등급 이상이 붙은 게시판이 아니라 C와 B등급을 위한 게시판이었다. 그중 C랭크,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초원에서의 레이지울프 토벌 의뢰였다.

    "이건 ...... 알겠어. 같이 할까?"

     여기서 C랭크의 당일치기 쉬운 의뢰를 선택했다는 것은,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함께 의뢰를 수행하며 친목을 다진다. 내 제안대로 그녀는 그렇게 할 생각이다.

     아직 경계는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 적어도 악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내심 안도했다.

    "그럼 가보자."

     의뢰를 받고 가볍게 준비를 마친 뒤 소녀와 함께 마을을 출발한다.
     초원 자체는 바로 앞에 있으니, 이동은 도보로.
     힘든 것은 초원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넓은 초원에서 늑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모험가 길드에서 장소를 어느 정도 좁혀놓은 상태였다. 우리는 이번에 그 장소 근처에서 늑대를 찾아내어 처치하는 것이 일이다.

     소녀는 수인으로서의 뛰어난 오감을, 나는 마법으로 늑대의 존재를 탐색하면서 둘이서 초원을 걸었다.
     그 와중에 친목을 다진다는 말대로, 나는 소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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