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 다른......여자의......냄새가, 나(3)
    2024년 04월 29일 09시 37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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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이나. 오랜만이야."

     시이나는 무뚝뚝, 무표정이 기본이다. 하지만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을 걸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아이가 좀 꺼림칙하다.

     딱히 무뚝뚝해서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뚝뚝한 녀석이 냥냥을 할 때 소리를 내며 흐트러진다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무뚝뚝함은 일종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외모도 정말 귀엽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잘 따르는 새끼 고양이 같다.
     필리아처럼 큰 가슴은 아니지만, 충분히 스트라이크존의 범주에 속한다.

     ...... 다만, 그..
     이 녀석, 뭐랄까, 좀 집착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
     한 번 손대면 진흙탕에 푹 빠져버릴 것 같아서, 그 .......

    "시, 시이나?"

     문득, 시이나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조금만 얼굴을 움직이면 얼굴과 얼굴이 부딪힐 것 같은 거리.

     그런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는 내 어깨 근처에서 킁킁거리며 코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을 열어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 다른 ......"
    "다, 다른?"
    "............ 다른 ...... 여자의 ...... 냄새가, 나."

     히익.

     보아 하니, 시이나는 뺨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 너, 는 ...... 나, 만의 ...... 것 ......"
    "시, 시이나, 만의 ......?"
    "......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아. 절대, ......"

     이거야, 이거 .......
     시이나 씨, 정말 무서워.
     거의 입을 열지 않지만, 막상 입을 열면 매번 엄청 무서운 말만 하는 거야.

     시이나는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위험한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그 새빨갛게 충혈된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S랭크 모험가인 그녀가 발산하는 그 중압감은,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이 휘말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도망칠 정도다.

    "............ 가만히 있어."
    "으, 응. 이리 와, 시이나......"

     도망치거나 겁을 먹으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어떻게든 평상심을 유지한 채 시이나를 끌어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뺨에 미소를 지은 시이나는 확실히 귀엽다. 귀엽지만 .......

    "네, 가...... 나의, 전부......너만......이......"

     뺨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고양이처럼 뺨과 턱을 비비는 시이나.
     마치 나에게 묻어있던 '다른 여자의 냄새'를 자신의 것으로 덮어씌우는 듯 .......

     ...... 으, 응. 여, 역시 무서운 녀석이야 이 아이 .......
     이게 필리아라면 광란의 춤을 출 텐데, 시이나는 방심하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불안해서 그럴 여유가 없다.

     만약 냥냥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치자. 이 아이라면, 그, 엄청나게 아프고 징그러운 짓을 당할 위험이 있다.
     왜냐면 이 아이의 이명, 《블러디 걸》이라고? 마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미소를 지으며 살육을 계속하는 모습에서 따온 거야 이거.
     분명 위험하다고 ...... 시이나 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울부짖는 모습에 흥분하는 타입이라고 .......
     그런 아이에게 손을 대면, 최악의 경우 그 후의 인생이 간단히 끝날 수도 있다.

    "시, 시이나는 응석꾸러기구나."

     약간 국어책 읽는 어투가 되었지만, 애교를 부리는 시이나에게 계속 응대했다.
     고양이에게 하듯이 턱 밑을 쓰다듬어 주면, 그녀는 정말 기분이 좋은지 무표정을 조금만 깨고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하면서, 나는 지난날을 떠올렸다.
     시이나를 만나고, 그리고 그날 저질렀던 실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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