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 다른......여자의......냄새가, 나(2)
    2024년 04월 29일 09시 36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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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곧이어 몰래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험가는 S를 최고로 하여, A부터 F까지 총 7개의 랭크가 존재한다.
     그 정점에 군림하는 S랭크는 세계에서도 양손 양발로 셀 수 있을 정도로만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 일원인 나도 나름대로 유명하다.

     후후, 그래.
     요즘은 필리아 관련으로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지만, 나는 본래 《지전(至全)의 마법사》라는 대단한 마법사다.
     '전(全)에 도달한 자'로 불리고 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전이 대체 뭐야'라고 매번 생각하지만.

    "자, 어떻게 할까."

     의뢰가 붙은 게시판 앞에 서서 턱에 손을 얹고 신음을 낸다.

     게시판은 난이도에 따라 F부터 D까지 한 개, C와 B가 한 개, A와 S가 한 개씩 총 세 개로 나뉘어 있다. 그중 내가 보고 있는 것은 A등급 이상의 의뢰가 올라온 게시판이다.
     F부터 D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A 이상의 의뢰는 멀리 나가야 하는 것들뿐이다.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가 도시 근처에 자주 나타날 리가 없으니 당연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그래도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끝내고 싶은데.
     필리아를 너무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아.
     언젠가는 며칠씩 걸리는 의뢰를 받을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당일치기로 하고 싶다.
     하지만 보상이 좋은 A랭크 이상의 의뢰는 역시 모두 멀리 나가야 하는 .......

     그러니 뭐 ...... 전이의 마법, 써볼까.
     그것이라면 순식간에 이동해서 순식간에 돌아올 수 있다.
     조금 낭만이 없지만,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다. 최단 의뢰가 왕복 5일이 걸린다. 멀어.

     일단 A랭크인 파이어 드래곤 토벌이라도 받아둘까.
     용의 고기는 맛있다고 하니, 가져가면 필리아도 분명 기뻐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붙여진 의뢰서에 손을 뻗는 순간, 뒤에서 길드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만이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내가 들어왔을 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정적이 길드 내부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 ...... 이거 그 녀석이 왔네 .......

     게시판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며, 반신반의하면서도 천천히 길드 출입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의 인물이 서 있었다.

     키는 나와 비슷한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일 것 같은 나와는 달리, 그녀는 정말 끔찍하다.
     목마른 피가 묻어 있는 듯한 검붉은 머리카락을 트윈테일로 묶어 휘날리게 한다. 어둠 속에서도, 아니. 어둠 속에서 특히 잘 빛날 것 같은 새빨간 눈동자에는 짐승처럼 세로로 벌어진 동공이 엿보인다.
     철저하게 활동성을 중시한 옷차림과 등과 허리에 각각 두 자루씩 총 네 자루의 소검을 들고 있다. 앳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광기 어린 분위기가 더욱 돋보인다.

     이 도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S랭크 모험가는 나와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 소녀, 《블러디 걸》 시이나.

    "......!"

     처음엔 접수처를 향해 걸어가던 시이나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발걸음을 이쪽으로 돌렸다.
     그녀 자신의 강렬한 존재감까지 더해져 나도 모르게 살짝 움찔하고 말았다.

    "............"

     내 바로 옆까지 다가온 시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수인인 그녀의 머리에 난 두 개의 고양이 귀가 쫑긋 움직이고, 꼬리도 왠지 약간 들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를 만나서 반가운 모양이다. 한 달 넘게 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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