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4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2021년 02월 24일 01시 30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19/

     

     

     

     

     "저기, 글로리아의 오빠?"

     

     으으음?

     오빠라니 누구지?

     

     이 애의 오빠라는 말은 이 여우같은 귀가 달렸다는 말인가?

     여기에도 동물귀를 한 사람은 거의 없는 편이니, 만난 일이 있다면 기억할 텐데.

     

     레티시아의 기억을 쭈욱 탐색했지만, 동물귀를 한 사람과의 기억은, 어린 시절 토끼귀의 여자애와 놀았던 것 정도다.

     

     잠깐 기다려, 조금 전 토끼귀의 소녀는 누구지!?

     어머니의 오랜 친구의 딸!?

     오오오.....기억에서는 아직 꼬마였지만, 분명 지금 쯤 멋진 토끼귀 레이디가 되어있을 것이다.

     

     근데, 아니라고!!

     이 글로리아가 오빠의 결혼상대라고 들은 이유를 찾는 거다.

     

     음~.

     음~~.

     으~음.

     

     기억에 없다.

     

     어쩔 수 없지. 물어볼까.

     

     "죄송한데, 어딘가에서 만난 일 있나요?"

     "만난 일 따윈 없어!!"

     "네?"

     

     역시 만난 일도 없는 사람은 모른다고!

     

     "나는, 글로리아베로네제야!"

     "그, 그렇네요."

     

     엄청 대단해 보이는 이름이었는데, 그거 조금 전에 들었다고.

     

     "........."

     "저기........"

     "! 어쨌든, 난 인정하지 않을 거야! 그것만은 말해둘 테니까!"

     

     척!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선언하고는, 측근같은 여자애 두 명을 데리고 떠나갔다.

     측근인 애들은, 글로리아에게 안 보이도록 작게 "미안!" 의 제스처를 해주었다.

     꽤 고생하는 모양이네.

     

     결국, 위원장인 글로리아는 때때로 노려보기만 하며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다른 학생이 여러가지로 돌봐주게 되었다.

     진짜 뭐지?

     

     

     

     모처럼 기대하였던 첫 등교에 꼬투리를 잡혀서 심란했었는데, 글로리아가 화낸 이유는 손쉽게 판명되었다.

     

     오늘의 일을 에다에게 물어봤을 때......

     

     "글로리아베로네제님 인가요. 같은 반이었네요."

     "알고 있니?"

     "네?"

     

     에다의 둥근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다.

     

     "레티시아님, 혹시 잊으셨나요?"

     "그래. 조금, 잊었을까나?"

     ".......글로리아베로네제님의 오라버님, 아달벨트・베로네제님은, 레티시아님의 약혼자라구요?"

     "뭐?"

     

     진짜로!?

     

     "어, 언제 그런 이야기가!?"

     "여기에 오기 전에 저택에서 몇 번이나 대화했었잖아요. 그래서 결혼은 졸업한 후라고 하게.....되었죠? 저, 틀렸었나요?"

     "아아아, 미안해. 에다가 나쁜 게 아냐. 내가, 조금 혼란스러워했던 것 뿐인걸."

     

     그건가!!

     지금 바로 결혼해라, 바로 해라. 라고 형씨×3과 부모에게 내몰렸던 그건가!

     

     정략결혼이니까, 신분과 돈이 있을 뿐인 뚱뚱한 아저씨에게 시집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 따윈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었기 때문에, 이름도 신경쓰지 않았고.

     시간을 벌 셈이었지만, 졸업하면 결혼한다는 것은 현재 약혼 상태라는 말인가.

     

     결혼이나 약혼은, 남고생의 머리로선 현실에 동떨어져서 이해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 만난 일은 없지만, 그 글로리아의 오라버님이 내 약혼자였던 거네."

     

     그렇다는 말은 결혼하면, 그 글로리아가 아기씨가 되는 거야!?

     아, 그건 조금 두근거린다.

     결혼은 싫지만.

     

     그렇게 되면, 글로리아에겐 나쁜 짓을 했구나아.

     브라콘 같았던데, 오빠의 약혼자에게 선전포고하러 갔더니, 그 녀서기 오빠를 인식하지도 않았다니.

     꽤 부끄러운 전개 아닌가?

     

     내일, 사과해둘까.

     

     

     

     

     하지만, 사과할 수는 없었다.

     왜냐면, 글로리아가 장렬하게 레티시아를 괴롭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걱정하기 전에 말해두지만, 글로리아는 필사적으로 하는 모양이지만 내게는 전혀 듣지 않는다.

     

     여자의 괴롭힘은 음습하다고 들었는데, 아마 글로리아는 근본이 선량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뭐라고 할까, 괴롭힘에 정말정말 센스가 없는 것이다.

     

     

     나는 글로리아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뭐라 말하면 잘 수습될까 생각하면서 교실로 들어갔다.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하세요!"

     

     반 친구들의 기분좋은 인사가 들린다.

     

     "모두들 안녕하세요."

     

     인사를 되돌려주며 글로리아를 보니, 노려보고 있나 생각했었는데 뭔가 실실대며 기분 좋아보인다.

     오, 이 상태라면 사과하기도 쉽겠구나~.

     일단 가방을 놓아두고 자리에 가자......책상 위에 꽃이 있었다.

     

     아마 글로리아가 한 것이고, 그 '장례식 놀이' 같은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데ㅡㅡ

     

     꽃이라기 보다, 어레인지 된 미니부케입니다.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냄새가 나는 꽃인데, 황색과 옅은 오렌지를 주체로 하였다.

     정말 귀엽다.

     

     어이! 여기선 좀 더 음험한 느낌의 꽃으로 해야 하잖아!

     적어도 색은 흰 걸로!!

     

     어이없어서 글로리아를 보니, 이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잠깐, 이기지 않았어.

     너 전혀 이기지 않았다니까.

     

     "레티시아. 이 꽃 모두가 오기 전에 놓여져 있었어요."

     "멋진 부케네."

     "어느 분의 것인가요?"

     "메시지카드가 있어요. 모두 신경이 쓰여서 원."

     

     학생들이 와글와글 모여든다.

     

     응, 이거, 장례식 놀이가 아니라, 사랑의 고백이라는 느낌으로만 보이니 그렇겠네!

     

     하지만, 메시지카드.

     여기에 '죽어!' 라던가 '저주' 가 쓰여졌다면 사람이 모여든 만큼 대미지가 된다.

     그렇게 계산한 건가!

     

     하얀 카드를 열자......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았다.

     

     "어머, 백지인가요?"

     "이름도 없네?"

     "무슨 의미일까나?"

     

     아마 뭐라고 써야 좋을지 몰랐겠지.

     악담할 어휘력도 없어보이던데.

     

     "말로 할 수 없다......는 뜻이려나."

     

     "꺄아~꺄아~!"

     "멋져!"

     "곧바로 이런 선물도 받다니."

     "역시 레티시아네요."

     

     학생들이 꺄아 하며 웅성이는 뒷편에서, 당사자인 글로리아는 검지의 손톱을 깨물면서 이쪽을 노려보았다.

     

     정말이지......너 안습계의 악역영애냐고.....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