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 ......나 이제 안 될지도 몰라......(3)
    2024년 04월 28일 08시 10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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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든 필리아가,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다.

     오, 오오............. 전혀 다른데 ......?

     필리아는 내가 열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열은 음료를 마시기 직전까지 없었다.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번거로움의 내용은 필리아가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았고 필리아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유도 아니다.

     이, 이상하다 ...... 왠지 기시감이 들어 .......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 구체적으로는 필리아를 샀던 첫날 저녁 식사 때.

     그날도 이렇게 필리아가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꺼내는가 싶었는데, 결국 모든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때와 같은 흐름이라면 ......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더라도 왠지 이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어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그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말을 내뱉는다.

    "필, 리아 ...... 부탁해 ......"
    "스승님?"
    "제발............ 혼자, 있게......해줘......"

     큰 소리를 내려고 하면 혀가 입 안을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미세하게나마 쾌감을 불러일으켜 말을 잘 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온몸과 마음을 다해 필리아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견딜 수 없어.......계속......가슴의, 안, 이, 아니.......괴로, 워서......필리아한테만은, 보이고 싶지, 않아......나의......한심한, 후우우......! 흐트러진......모습은......"

     만약 여기서 욕망에 못 이겨 필리아에게 보여주게 되면, 예의상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 라는 식으로 수세에 몰리는 꼴이 된다.
     그것만은 안 된다. 나는 공격이 좋다.
     저 가슴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입장......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휘둘릴 수 없다......!

     강한 마음으로 이성을 지킨다.
     그 강한 마음이 윤리관이나 죄책감 같은 그런 괜찮은 느낌이 아니라, 그것이 또 성욕에 준하는 욕망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성을 빼앗으려는 정욕과 원초적인 욕망 때문에 지금도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어라? 유지하고 있네? 이성.
     전과 같은 욕망을 이유로 삼고 있는 시점에서 이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 않지?
     내가 공의 입장에서 필리아랑 냥냥하고 싶어서라는 정욕으로 현재의 쾌락에 맡기고 싶은 충동을 견딜 수 있는 건, 이성이 있기 때문이잖아?

     그래. 분명 그렇다. 괜찮아. 아직 나는 정상이야!

    "스승님 ...... 괜찮아요."

     필리아는 계속 잡고 있던 내 손에서 손을 떼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에게 등을 돌리고서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가 주는 건가 .......
     적어도 배웅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눈빛으로 필리아를 따라가자, 그녀는 내 방에 있는 의자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더니 침대 옆으로 돌아왔다.

    "저, 계속 곁에 있을게요."

     그렇게 말하며, 필리아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 응?
     괜찮다고 했는데, 뭐가 괜찮다는 거야 ......?
     전혀 괜찮지 않아.

    "스승님께서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 스승님. 저는 이런 일로 스승님께 실망하지 않아요. 허세부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혼자 강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 여러 번 말씀드렸잖아요. 의지했으면 한다고요 ......"
    "필리, 아......"
    "스승님은 제가 힘들어하면 함께 힘들어해 주시는 분이에요. 그것과 똑같아요. 스승님이 힘들면 저도 힘들어요 ......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해요. 분명, 스승님과 마찬가지로......"

     필리아는 내 머리에 부드럽게 손을 얹고는, 쓰다듬듯 움직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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