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존경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마음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제발 부탁이니, 제가 곁에 있게 해 주세요. 처음 만났던 그날, 스승님께서 저에게 따스함을 가르쳐 주신 것처럼 ...... 저도 스승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피이......필리아아......!"
아니......! 아니라고......! 그게 아니야......!
나 딱히 몸이 안 좋아서 힘들어하는 게 아니야! 자신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필리아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야!
오히려 굉장히 자신에 기대고 있어! 기대서, 조금이라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이제 그냥 당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까 봐, 빨리 혼자가 되어, 그 ...... 하고 싶다고 ...!
그런데 왜 ......? 왜 이 아이는 그걸 이해해 주지 않는 거야 ......?
뭐든지 해주는 거 아니었어?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내 고통이 필리아의 고통......?
거짓말...... 말도 안 돼.
왜냐면 내 마음은 전혀 필리아에게 전달되지 않았잖아 .......
"윽, 흐윽......흑흑......"
무슨 말을 한들 필리아가 나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분명 그녀 자신도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마음속에 깊은 절망감이 가득 차서, 자연스레 눈물이 흘러나온다.
눈물이 흘러내려 뺨을 타고 시트에 떨어져 작은 얼룩을 만든다.
"스승님 ...... 괜찮아요. 괜찮으니까요. 제가 곁에 있을게요."
필리아는 성모님처럼 한없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른 누군가의 손이 내 머리에 닿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그 느낌은 마치 악마처럼 내 정욕을 자극했다.
그날 나는 언데드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복을 가져다준다는 성마법에 당하면, 고뇌에 찬 소리를 내는 그들.
아아, 정화되는 좀비나 구울들은 이런 심정이었구나ㅡㅡ라고 생각했다.
창문을 통해 아침 햇살이 들어와 방 안을 비추고 있다.
밖에서는 새들의 지저귐도 들려온다.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기분 좋은 아침 풍경이겠지만, 깨어난 기분은 최악이었다.
"...... 어제는 정말 고생했어 ......"
결국 그 후 필리아에게 계속 간호를 받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그 와중에 "이제 그만 당해도 되지 않을까?" "필리아가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보여도 상관없어. 오히려 보이는 게 더 흥분되지 않아?" 등의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와서 몇 번이나 휩쓸릴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몇십 분, 몇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충동을 억누르고 있던 그때의 나는 정말 애썼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오히려 그렇게 정신을 너무 긴장시킨 나머지 체력을 소진해 버린 것 같았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려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이 정도나 시간이 지나면 역시 약효는 다 빠져나가고 없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지금은 목이 말랐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옷과 침대 시트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목이 마른 지금도, 땀을 잔뜩 머금은 그것들은 기분 좋은 물건이 아니라 당장 빨래를 해야 할 수준이었다.
'물 ......'
천천히 침대에서 기어 나온다..
어제 밤늦게까지 간호해 주던 필리아는 일어나 보니 이미 없었다.
"...... 몸이 무겁네 ......"
마치 언데드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무겁게 부엌을 향해 복도를 걸어간다.
부엌에 가까워지자 뭔가가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엌에 들어가 보니 앞치마를 두른 필리아가 악전고투를 하며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아, 스승님! 좋은 아침이에요! 몸은 이제 괜찮으신가요 ......?"
나를 발견한 필리아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그래, 좋은 아침. 몸은, 뭐, ...... 조금 나른한 정도랄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침은 제가 만들 테니 스승님은 식탁에서 쉬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