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 ......나 이제 안 될지도 몰라......(2)
    2024년 04월 28일 08시 09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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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나를 마주하여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히고 있자, 문득 필리아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혼자 있게 해 달라. 그 대답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필리아를 내쫓는 것과 다름없었다.

    "미안, 해...... 필리아......"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대답을 수정할 수 없었다.
     빨리 필리아가 이 방을 떠나지 않으면 큰일이다.

     왜냐면, 그 .......
     저기 ...... 지금 나, 발정 상태라고?

     지금 엄청나게 열심히 견디고 있어.
     그러니까, 음....... 육욕에 몸을 맡기고 싶은 욕망이라고 해야 하나, ......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라고 해야 하나 .......

     그런데, 그 ...... 필리아가 있으면 할 수 없잖아.
     ...... 뭐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 싫어요."
    "뭐?"
    "싫다고 했어요."

     내 손을 잡고 있던 필리아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그 때문에 쾌감이 더해져, 순간적으로 몸을 떨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할 필리아가 매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스승님 ...... 왜 혼자서 고통을 겪으려고 하세요? 제가 그렇게나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인가요?"
    "어. 아, 아니 ...... 음, 그, 그런, 건, 아니고."
    "저도...... 얼마 전까지 그랬어요. 의지할 사람 하나 없고, 걱정해 주는 사람 하나 없어서 ...... 그저 열심히만 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어? 어라?
     뭔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뭐든 다 해주는 거 아니었어?
     어라? 근데 지금 확실히 싫다고 .......

     어? 왜?
     잠깐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왜 거절당했어?

     아, 안 되겠어 ...... 열과 정욕으로 인해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아.......

    "하지만 저는 ...... 스승님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스승님께서 여러 번 신경을 써주셔서 ...... 저의 고통이 곧 스승님의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그, 그렇구나."
    "오늘 제가 컵을 떨어뜨렸을 때도 그랬어요. 스승님, 엄청나게 당황하며 걱정해 주셨죠? 그때 저는 정말 기뻤어요. 아아, 이 사람은 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
    "헤, 헤에 ......"

     자극을 느끼는 것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온몸의 감각이 점점 더 예민해지는 것 같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욕이 강해진다.
     몸의 중심에서 발산하는 열. 뇌가 녹아내릴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도취감. 확실히 기분은 좋지만, 왠지 채워지지 않는 것 같고, 배꼽 아래쪽이 묘하게 아련해져 참을 수 없는 느낌에 다리를 움직이게 된다.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견디기 위해 정말 필사적이라서, 필리아가 뭔가 좋은 말을 하는 건 알겠지만 그 깊은 의미 같은 건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나에게, 필리아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혼자서 외로웠다고 ...... 저를 사들이신 그날, 스승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저와 똑같이 ...... 스승님도 분명 혼자 고통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거예요. 도저히 제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어요 ......"
    "그래 ......?"
    "그래요."

     그, 그렇구나. 몰랐어.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필리아가 고개를 숙인다.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순위가 낮아서 ...... 열이 난 것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 이상으로, 저에게 번거로움을 주고 싶지 않아서......"
    "...... 어.. 저기 ......"
    "그렇지 않아요?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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