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 ......나 이제 안 될지도 몰라......(1)2024년 04월 28일 08시 08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혼자 ...... 있게, 해줘......"
약간 남아있는 이성으로, 나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혼자 ...... 요?"
필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빡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다 해준다....... 그것은 확실히 타락으로 이끄는 매혹의 속삭임이었다.
분명 여기서 필리아에게 냥냥을 요구하면, 당황하면서도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정말 녹아내리는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안 된다.
해준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안 되는 거다.
특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아무리 무슨 말이든 들어준다 해도 역시 필리아의 마음을 무시하는 것 같고,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억지스럽다는 느낌이랄까...... 여러 듣기 좋은 말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솔직히 이 감정 앞에선 큰 이유가 되지 못했다.
왜냐면 애초부터 약을 먹여 덮치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 계획을 세웠을 때보다 더 정욕이 솟구치는 지금 상태에서는, 안타깝게도 그 듣기 좋은 말들은 여유 있게 걷어차버릴 수 있는 범위였다.
그럼 달리 무슨 이유가 있냐 하면 .......
ㅡㅡ나는 수가 아니라 공이 좋다.
무슨 말인가 하면 ...... 지금 몸을 잘 움직일 수 없잖아?
옷에 피부가 닿는 것만으로도 테이블에 쓰러질 정도니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더 이상하다. 필리아를 덮친다든가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이런 예민한 상태에서 필리아에게 야한 짓을 요구하면, 야한 짓을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야한 짓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그건 뭔가 달라 .......
그렇다 ...... 깨달은 것이다.
필리아가 뭐든 해준다고 했을 때, 물론 기뻤지만 뭔가 내가 원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나는 비로소 나를 제대로 이해했다.
그래, 나는 R18적인 일을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 ......R18적인 일을 하고 싶은 거다!
필리아한테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필리아한테 하고 싶다! 수가 아닌 공이 좋아!
그 가슴을 가지고 노는 입장의 내가 되고 싶다!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자,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그래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필리아에게 야한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 상태로는 분명 당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당하는 입장이 되고 나면, 그 이후에도 계속 같은 관계가 될 위험이 매우 높다.
왜냐면 필리아는 원래부터 꽤나 잘 보살피는 성격이다.
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고, 요리를 도와주려고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도와주려고 한다.
그런 필리아다. 사실은 나랑 같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수고할 것 없이 혼자서 다 해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한 번이라도 당하는 입장이 되어 보라. 분명 그 뒤에도 "스승님을 위해서!" 라는 느낌으로 내가 계속 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 나는 공격하는 입장이 좋다.
그래서 지금만큼은, 절대 여기서 필리아에게 냥냥을 부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모든 것은 이상적인 미래를 위하여 ......!
진정으로 원하는 공격 측의 관계를 이 손에 쥐기 위해서는, 이런 곳에서 일시적인 정욕에 휩쓸릴 수 없다!
견뎌내라 나 ......! 적어도 필리아가 여기서 사라질 때까지! 나의 진짜 꿈을 위해서!
당하는 쪽은, 싫다......!
나는, 하는 쪽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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