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나 혼자 혹은 둘이서만 요리를 해본 적이 있는데, 언뜻 보기에 필리아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간단한 것들만 만드는 것 같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말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고마워. 하지만 물 좀 줄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필리아가 컵을 꺼내 물을 부어준다.
컵이구나. 그러고 보니 어제 나 때문에 필리아가 내 컵을 떨어뜨려 깨뜨렸었지.
필리아만 전용 컵이 있으면 필리아가 신경 쓸 테니, 조만간 다시 사러 가야겠다.
물을 다 따른 필리아가 그 컵을 내게 내민다.
"자, 드세요! ......, 어라?"
"음. 꿀꺽꿀꺽 ...... 무슨 일이야?"
"아뇨, 뭔가 떨어진 것 같은데 ...... 이건 ......?"
필리아가 내 발밑에 떨어진 물건을 들어 올린다.
"뭔가 작게 붙어 있네요. 음...... 음마의 추출물 ...... 배합 ...... 밤의 동반자 ......."
그것은 2~3㎤ 정도의 작은 병으로, 안에는 진한 체리색 액체가 들어 있었다.
"앗!?"
"아, 스승님!?"
재빨리 필리아한테서 그 작은 병을 빼앗아 주머니에 숨겼다.
하지만 필리아는 병의 라벨에 적힌 내용까지 다 본 것 같았다.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저, 저기......지, 지금 것은, 그......혹시, 미약......"
"마, 마도구를 위한 거였어!"
"마도구, 요?"
"나는 모험가라고 전에 말했잖아? 그, 그런 약은 마물을 유인하는 일회용 마도구의 재료가 되는 거야."
"그, 그런가요?"
"그래!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넣어둔 줄 알았는데 ...... 실수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 미안, 아침에 이상한 걸 보였네."
"아, 아뇨! 저야말로 이상하게 소란을 피워서 죄송해요!"
힘차게 필리아가 고개를 숙인다.
아 ...... 아찔했다. 어떻게든 넘어간 것 같다.
...... 저, 정말 넘어간 걸을까. 필리아는 사실 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
왜냐면 지금 필리아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고 .......
"저기 ...... 죄송해요. 실은 저 ...... 순간적으로 스승님께서 어제의 요리나 음료에 그걸 넣으신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해 버렸거든요."
"뭣!? 그, 그그그그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죠? 스승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요. 죄송해요 ...... 잠깐이지만 이상한 오해를 하게 되었어요."
"어, 어어. 신경 안 써."
그런 짓을 했었지 .......
"하, 하지만 ...... 저기, 그 ......"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얼굴을 붉히며, 조금은 쭈뼛거리며 필리아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렇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ㅡㅡ스, 스승님과 함께라면 그런 것도 ...... 벼, 별로 나쁘지 않을지도......"
"ㅡㅡㅡㅡ"
후다닥! 하고 재빨리 자리를 뜬 필리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이상한 말을 해버렸네요....... ...... 아, 아까 것은 잊어주세요! 아침 식사를 준비할 테니, 스승님은 먼저 테이블로 가 주세요!"
필리아에게 등을 떠밀리는 형태로, 서둘러 부엌을 빠져나간다.
말없이. 반쯤 넋이 나간 채로 걸어서 평소와 같은 식탁에 도착했다.
앉지도 않고, 다른 일을 하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렇게 한 10초 정도 지났을까.
방금 전의 속삭임이 틀림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 나 이제 안 될지도 몰라 ......"
기쁜 소식 ...... 우리 집 노예가 너무 귀여운 건에 대하여.
더 이상 약효가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두근거리며 뛰고 있는 심장.
그리고 이제야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얼굴을 의식하며,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