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 여기가......에덴인가(2)
    2024년 04월 27일 10시 10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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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볼에 손을 대어서, 내 얼굴을 위로 향하게 한다.
     나와 소녀의 시선이 똑바로 마주치도록.

     ㅡㅡㅡㅡ

    "부디, 저를 믿어주세요. 왜냐하면 저는 당신을 위해 ...... 여기 있으니까요."

     얼굴을 들어 올릴 때, 얼굴 여기저기에 소녀의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너무도 기분 좋은 느낌에 순간적으로 단락 되어 버린, 그 생각.
     하지만 그 느낌을 한 박자 늦게나마 현실로 인식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 고마워 ......"

     너무 행복해서 참을 수 없었다.
     나를 감싸 안은 지고의 따스함에 대해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을 내뱉었다.

    "네!"

     그러자 소녀도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 대답했다.
     대답, 하고 .......

     ............ 응?

     저기 .......
     잠깐만.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였지?

     아뿔싸. 가슴에 정신이 팔려서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했어.
     뭐가 어떻게 돼서 이렇게 껴안기고 있는 거였지 ......?

     아니, 잠깐만. 괜찮아. 기억할 수 있을 거야.
     불과 몇 초, 몇십 초 전의 일이다. 머리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다.

     으음, 음............. 내가 혼자 하는 것이 외롭다고 말하고서, 그다음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방금 전의 일을 조금씩 떠올려본다.
     결국 모든 것을 떠올린 나는, 온몸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 어라? 이건 위험하지 않아?
     착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거 아냐?

     뭔가, 내가 외롭게 사는 게 힘들어서 이 아이를 사버린 것처럼 이야기가 흐른 거 아니야?
     아닌데?. 외롭다는 건 외로움이라든가, 고독이라든가, 혼자 사는 거라든가 하는 얘기가 아닌데?
     게다가 이 아이는 엄청나게 건강하게 나를 격려해 주었고?
     정말 착한 아이잖아.

     그런데 내가 여기서 더 이야기를 되돌려서 '사실은 ......'이라며 원래대로 말해야 하는 거야 ......?

     어. 잠깐만 ...... 그건 좀 .......
     이렇게 열심히 내 외로움을 달래주려고 노력해 준 아이에게 '사실은 몸 때문이었습니다'라니.
     완전 인간실격인데 ......?

    "아,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스승님께 이런 무례한 짓을 ......!"

     포옹을 푼 소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행복감을 잃은 탓에 잠시 절망이 밀려왔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섰다.

    "............"
    "............"

     서로에게 침묵. 서로를 응시한 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그 어색함의 원인은 각자의 속에서 전혀 다른 것이겠지만.

    "밥, 식지 않기 전에 먹어야겠죠? 스승님께서 만드신 거잖아요. 제대로 다 먹지 않으면 아깝다고요!"
    "그, 그래."

     자리에 돌아온 소녀가, 먹다가 만 자신의 밥에 손을 댄다.

     그런 소녀를 바라보며 어떻게 진실을 말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전속력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나를 훔쳐보듯 쳐다보던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소녀는 황급히 눈을 돌리더니, 이내 다시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귀엽게 작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 사실은 또 한 가지 더 너에게 말해야 할 것이 있어 ......."
    "네! 뭔가요?"

     나에게 말을 건네는 소녀는 조금 놀라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서는, 처음 노예상인에서 보았을 때처럼 어둡고 차가운 감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이 나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깊은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 휴우.
     응. 그렇구나.
     응.......

    ".................. 내 이름은 할로. 네 이름을 가르쳐 줘."
    "필리아예요!"
    "그래. 필리아, 앞으로 잘 부탁해."
    "네!"

     그래.
     포기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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