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그래서......나 따위가 좋아하게 되는 거야(6)2024년 04월 16일 02시 41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 언젠가 좋아했던, 먼 기억 속의 그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할로는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ㅡㅡ태어나줘서 고마워. 리자."
"ㅡㅡㅡㅡ"
"리자가 나를 키워줬기 때문에,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힐 수 있었어. 리자가 항상 곁에 있어줬기 때문에, 나는 외롭지 않게 지금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 리자가 항상 나를 지켜봐 주었기에 ...... 나는 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필리아, 시이나, 아모르와 만날 수 있었어."
"아 ......"
"태어난 것을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는 너에게 ...... 이런 말을 해도 될지 계속 망설여졌어. 하지만 리자. 역시 이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야."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이 아이는.
죽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어.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이 세상 모든 것이 너무 싫어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다. 이 만년 동안 그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라고?
왜 ...... 왜 그런 끔찍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거, 화나는 게 당연하다. 미움받는 게 당연하다.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입에 담기도 꺼려질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도.
어째서 ...... 나는 이토록, 충만한 기분이 드는 걸까.
"리자 ......?"
"우, 우우......아......아아......"
슬프지 않은데, 외롭지 않은데 ...... 눈물 따위는 이미 다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시야가 흐려진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연이어 가슴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른다.
"리자 ...... 미안해. 역시 내가 심한 말을 해버렸구나."
"그래, 맞아 ......! 바보 ...... 바보야! 왜 그런 걸, 왜 그런 말을 나한테 ...... 할 수 있어 ......?"
알고 있으면서. 알고 있는 주제에. 전부, 전부!
그런데 왜 그런 심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야.
어째서 할로는 항상 매번 .......
"미안해."
"사과, 하지마.......!"
치사하다. 이런 거, 치사하다.
더 이상 울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나는 날개를 움직여 할로의 가슴에 뛰어들었다.
"리자. 나는 언젠가 리자가 '태어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 안 돼.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아......"
"...... 응. 그럴지도 몰라. 그건 아마 불사의 저주를 없애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 ...... 그래도........"
할로는 닫혀 있던 커튼에 손을 대어 열어젖혔다.
희미했던 실내에 눈부신 빛이 들어와서, 나와 할로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싫어해야 할 햇볕의 따스함이 ...... 왠지 지금만큼은 기분 좋았다.
"언젠가 리자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나는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
"함께 살아가자, 리자. 그래서 언젠가 리자가 마음속 깊이 '태어나길 잘했다'라고 느낄 수 있을 때, 그때는 ...... 나에게도 알려줘야 한다?"
"아......으......"
"약속이다?"
그렇게 할로는 웃으며 나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한심한 나는 무서워서, 주저하고 또 주저했다.
그래도 할로는 그런 나를 계속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
결국 나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할로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부드럽게 걸었다.
"응...... 약속."
그것은, 언젠가 그녀와 나누었던 약속인 '나를 끝내는 것'에 비하면 ...... 훨씬 더 애매하고, 덧없고, 허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약속이었지만.
하지만 ......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부드럽고, 행복한 약속이었다.
※ 연재는 여기까지이며 5개월 넘게 갱신이 안 되었는데, 이대로 끝내도 나름 괜찮은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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