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1. 그래서......나 따위가 좋아하게 되는 거야(3)
    2024년 04월 16일 02시 39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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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
    "후후. 어젯밤은 즐거웠지, 할로?"
    "~~~!"

     놀리는 듯이 말하자, 할로는 보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 할로는 참 풋풋해서 귀여워.
     엘프 특유의 긴 귀 끝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비비고 있다.

     뭐, 솔직히 기척은 알아도 목소리까지는 들리지 않아서 즐겼다는 말은 그냥 추측에 불과했지만 ...... 이 정도면 확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할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안 좋게 생각하는 바가 없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기 위해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크게 질투할 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뭐 ...... 그 암소에게는 할로와의 경험이 있는데 나에게는 없다는 것도 서운하긴 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할로를 덮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번 경험해 봤다면, 다소 격렬하게 해도 문제없을 것 같고.
     후후...... 그땐 내가 엄청 기분 좋게 해 줄게, 할로.

    "크흠! ...... 어젯밤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 이슬 아침이 되었다고 필리아가 말해서 리자를 부르러 왔어."
    "...... 그렇구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듯 할로가 화제를 바꾼다.
     여전히 얼굴이 조금 붉지만, 할로에게 심술궂게 지적하는 짓을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나는 ...... 한 번 마음을 가다듬듯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할로를 향해 참회하듯 고개를 숙였다.

    "리자 ......?"
    "미안해, 할로"

     분명 할로는 제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을 나를 걱정해주고 있을 것이다.
     본론은 빼고 평소처럼 대하는 것으로, 나에게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책임은 지지 않으면 안 된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부터, 나는 이미 한번 하로의 소중한 것을 빼앗을 뻔했다.
     그리고 이번엔 두 번째. 둘러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는 할로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네가 비밀로 하고 있던 것을 ...... 할로가 나한테서 불사의 저주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말했어. 그 아이들이 너와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말했어."
    "......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 내 마음을 눈치챘던 모양이다.
     하로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니야, 리자. 그건 내 비밀이 아니야. 리자의 비밀이야."
    "...... 뭐야 그게. 그 저주는 이제 내가 아니라 할로에게 있잖아? 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
    "아니, 신경 쓰여. 이 불사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리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 리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리자가 누군가에게 동정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아. 그래서........"
    "그래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거야?"

     할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 바보 같아."
    "미안해."
    "왜 할로가 사과하는 거야? 사과할 건 ......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

     할로가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잘못되었다.
     정말 나쁜 것은......할로에게 계속 짐을 떠넘기는 것은 언제나 내 쪽이었다.

     아직 내 안에 불사의 저주가 남아 있을 때도 그랬다.
     나를 진심으로 따랐던 할로에게 나의 존재를 끝장내 달라고 하는 것은, 할로가 가장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 잔인한 약속으로 할로는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불사의 저주만 빼앗고, 내 목숨은 그대로 남겨둔다ㅡㅡ
     그런 어설픈 짓을 하지 않고 저주만 없애고서 내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이 몇 배는 편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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