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1. 그래서......나 따위가 좋아하게 되는 거야(2)
    2024년 04월 16일 02시 38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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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을 올려다보며, 나는 세 소녀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태양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 할로의 제자, 필리아.
     할로라는 칼집에 담긴 피에 굶주린 요도 같은 고양이 수인, 시이나.
     사랑스럽고 가련한 꽃을 연상시키는, 지금은 아직 꽃봉오리에 불과한 작은 음마, 아모르.

     나는 아직 그 아이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아이들의 과거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소녀들이 각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그리고 할로는 그런 그녀들에게 다가와 주었을 거라는 것도.

     할로는 ...... 그 아이는 구제불능일 정도로 착하고, 따스하니까.
     이 다툼과 악의에 물든 세상에서 자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묘하게 낙관적인 아이야. 할로는."

     마법의 재능만 놓고 보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방심과 안이한 태도로 인해 위기에 빠진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도와줄 때마다 그 아이는 지치지 않고 고마움을 전해왔다.
     그렇게 여러 번 감사할 바에는, 평소에 좀 더 똑 부러지게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
     하지만 그런 날들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당시에는 불사의 저주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내 마음을 마주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할로 덕분에 나는 나를 만년 동안 괴롭혀온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할로와 함께 보낸 날들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년이라는 너무나 긴 세월 동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시간만이 내 마음을 편안히 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로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로 ......"

     눈꺼풀을 감고, 그녀와 함께 보낸 추억에 젖어든다.
     사는 것이 싫었다. 타인과 관련되는 것이 싫었다.
     추억에 잠기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평온한 느낌은 ...... 할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불현듯 누군가가 내 방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익숙한, 사랑스러운 기척이 느껴진다.

    "리자, 있어?"

     내 방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은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순간, 필리아 일행이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지 나는 일찌감치 짐작할 수 있었다.
     뭐, 필리아는 어제 나에게 마법의 수련을 부탁하러 왔기 때문에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 들어갈게."

     대답을 하지 않고 있자, 할로는 한 마디 양해의 말을 남기고 내 방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창가에 앉아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할로는 내게 다가왔다.

    "일어나 있었구나, 리자."
    "응. 어젯밤 내내 깨어 있었어."
    "계속이라니....... 리자는 이제 불사의 존재가 아니니까 너무 몸에 안 좋은 짓을 하면 안 돼.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지."
    "아하하! 자신을 소중히라. 그런 말을 해 준 건 할로가 처음이야."

     몸이 나빠지면 마법으로 회복하면 된다. 그러면 언제든 원래대로 돌아간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할로가 이렇게 걱정해 준다면,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마법으로 해결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왜냐면, 내가 아프면 할로는 분명 나를 간호해 줄 테니까.
     내 병 정도는 내가 순식간에 고칠 수 있지만 ...... 그런 건 아깝잖아?

    "그런데 할로. 할로는 알고 있겠지만, 나는 사람의 기척을 알아채는 게 특기야."
    "응, 그건 알지만 ...... 그게 무슨 문제야?"
    "그래서 나, 어제는 할로와 필리아가 밤새도록 같은 방에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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