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0. 뭘 말하는지는 알지만,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1)
    2024년 04월 15일 23시 15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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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 나 ......"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모르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

    "괜찮아. 진정해, 아모르.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아. 자, 마음껏 안아도 괜찮으니까."
    "응 ......!"

     내 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아모르는 더 세게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이에 화답하듯 아모르의 등에 팔을 두르고 얼러주는 것처럼 등을 토닥거렸다.

     그대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이다가, 조금 지나자 진정되었는지 내 가슴에서 떨어져 나를 올려다보았다.

    "언니 ...... 저기, 저기."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얘기해볼래?"

     내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아모르는,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요정님한테 ...... 언니가 불사라고 들었어."
    "응."
    "나는 아직 얼마 살아보지 않아서 불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 요정님이 ...... 혼자 있을 때의 이야기를 해준 요정님은......정말 힘들어 보였고 ...... 외로워 보였어."
    "...... 외로워 보였구나."
    "그래서 어젯밤은...... 어떻게든 혼자 잠자려고 했어."

     동료들에게 핍박받고 햇볕도 들지 않는 지하에 갇혀 자란 아모르의 정신은 아직 어려서, 지금도 어딘가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
     그런 그녀가 사람처럼 행복과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모르가 이 집에 온 후부터 나는 매일 밤 아모르와 같은 이불에서 잠을 잤다.
     그래서 아모르가 내 방을 방문하지 않고 혼자 자는 것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랬더니 ...... 나, 꿈을 꿨어."
    "꿈?"
    "언니를 만난 후의 모든 것이 ...... 꿈이었다는 꿈."

     아모르는 참으려는 듯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나는 지금도 그 지하 어두운 방에서 ......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채 혼자 지내고 있어. 그런 차가운 하루하루가 현실이었다는 ......"
    "...... 아모르 ......"
    "언니를 만나기 전의 나라면 ...... 혼자가 당연한 나라면 괜찮았어. 하지만 ...... 지금의 나에겐 그런 건 ......"

     그렇게 말하자, 드디어 아모르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터져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모르를 껴안고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약속했잖아? 아모르가 원하는 한 계속 같이 있을 거라고."
    "응 ...... 응. 알아요. 언니를 만나고 나서의 일, 꿈이 아니야. 언니는 반드시 약속을 지켜줄 거라고.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하지만......하지만 언니는 달라 ......"
    "달라?"
    "언니는 ...... 언젠가 반드시 혼자 남게 돼. 나와 함께 보낸 하루하루가 언젠가 꿈이 되어 버릴 거야 ......"

     ...... 그렇구나.
     아모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건, 악몽이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 악몽이 사랑하는 사람의 ...... 나의 현실이 되는 것이 너무 무서운 것이다.

    "나 ...... 그런 기분, 언니가 맛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젠가 내가 언니 곁에 있을 수 없게 될지 몰라도 ...... 나와 함께 보낸 날들이 꿈이 될지 몰라도 ...... 그 후에 남은 언니가, 혼자 남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모르......"
    "그래서 ...... 결정했어"

      아모르는 내 손을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ㅡㅡ 언니랑 결혼할 거야."
    "그래, 결혼 ...... 뭐? 겨, 결혼?"
    "언니랑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을 거야."

     ............!!!!

    "아이를 많이 낳아서 ...... 다 같이 사이좋게 살아야지. 그래서 언젠가 그 아이들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하고, 그 아이들도 아이를 낳고, 더 활기차게 ...... 나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언니랑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지만. 하지만 그런 미래가 계속 이어진다면 언니가 혼자가 되는 일은 없지 않겠어?"
    "결......혼......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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