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7. 아, 아으......저기......그, 그렇게 갑자기 많이, 말해도......(2)
    2024년 04월 14일 03시 40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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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게도 리자가 스스로 아모르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리자는 아모르가 근처에 있을 때면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위험에 처하지 않는지 살피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모르도 그런 리자의 사소한 배려를 잘 알아채기 때문에, 이 둘의 궁합은 꽤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이나와는 언뜻 보기에 관계가 소원해 보인다. 시이나는 대화를 잘하는 편이 아니고, 리자 역시 친근하게 말을 거는 타입이 아니다.
     다만 예전에 시이나의 방 문이 조금 비어 있을 때 시나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으니, 결코 사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리자는 저런 식으로 꽤 잘 돌봐주는 편이니까. 나보다 먼저 여러 사람에게 마법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서인지,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에 관해서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리자라면 이상하게 시이나를 무서워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시이나에게 리자는 소중한 친구 중 하나가 되어 줄 것이다.

    "의외로 네 명이서 사이좋게 놀고 있을지도."

     ...... 라는 말은 역시 농담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종족이 달라서 밖에서 놀거나 하기는 힘들겠지만, 보드게임을 같이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게임 같은 거 말이다. 이 세계에는 없는 오락이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야겠지만, 이 세계에 맞는 내용을 생각하면서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이 문을 열면 분명 평소처럼 필리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리다가, "어서 오세요, 스승님"이라며 반겨줄 것이다.

    "후후...... 다녀왔어~"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 어라?"

     하지만 그곳에는 내가 예상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지 않았다.
     휑......하니, 내 목소리만 허무하게 현관 공간에 울려 퍼졌다.

     ...... 뭔가 이상한데 ......?
     필리아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그녀만이 아니다.
     평소 같으면 내가 이렇게 '나 왔어'라고 소리치면 시이나가 자기 방에서 뛰쳐나와 '어서...... 와'라고 귀를 쫑긋 세우면서 말해주었을 텐데.
     아모르도 외로웠던 마음을 양껏 전하려는 것처럼 달려와서 안겼을 텐데 .......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오히려 불을 켜는 걸 깜빡 잊은 듯, 복도도 방도 깜깜하다.

    "...... 그냥 자고 있는 거라면 좋겠지만 ......"

     다들 낮잠을 자서 지금까지 잠을 자고 있었다거나. 그렇다면 오히려 흐뭇한 일이다.

     어쨌든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은 조금 불안하다. 할 수만 있다면 빨리 누군가와 얼굴을 맞대며 안심하고 싶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사람들을 찾아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식당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욕실도 누군가 들어간 흔적은 없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그럼 자기 방에 있는 건가 싶어, 일단 필리아의 방을 먼저 찾아가 보기로 했다.

    "...... 어라? 내 방, 비었어 ......"

     필리아의 방으로 향하는 길, 외출할 때는 닫아두어야 할 내 방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 안에 누군가 있는 걸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모르가 아닐까?
     아모르에게도 자기 방을 마련해 줬지만, 그녀는 왠지 내 방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밤에는 매일 같이 자는데, 피곤한 아모르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오늘은 퇴근이 조금 늦어졌으니까.

     혹시 자고 있다면 깨우지 않으려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문틈으로 살짝 엿보았다.

    "필리아 ......?"

     하지만 그렇게 들여다본 곳에는 내 예상과 달리 필리아의 모습이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창가에 황혼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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