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내게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내가 이름을 중얼거리는 바람에 필리아도 이쪽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필리아의 얼굴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진지한 표정이었다.
"스승님 ...... 어서 오세요."
"다, 다녀왔어......?"
침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필리아를 목격하자, 내 안의 위화감이 더욱 커졌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 평소 필리아라면 주인 앞의 강아지처럼 씩씩하게 인사를 했을 텐데.......
이렇게 조용히 맞이해 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 필리아, 무슨 일이야?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데 ......"
"......"
"......"
.............
...... 아니, 뭐야, 이 침묵은 ......?
분위기에 떠밀려 나도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는데, 나는 아직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일이 생긴 건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 음........ 굳이 물어봐도 되는 걸까, 이거.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 그래. 좋아. 일단 지금은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자.
"그나저나 필리아. 필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몰라? 여기 오기 전까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 . 집안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나 할까 ...... 혹시 모두 외출이라도 한 거야?"
"다른 사람들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어요. 저처럼 ...... 분명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그래? 음, ...... 방에 있다면 ...... 응. 괜찮을지도......"
"......"
"......"
...... 아니, 그래서 뭐야 이 침묵은 .......
평소 같으면 이렇게 자주 대화가 끊기는 일은 없었을 텐데, 지금만큼은 뭔가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분명 필리아에게 있다.
필리아는 나와 이렇게 대화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내 속마음을 읽으려는 듯,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긋이 관찰하고 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나 싶어 무심코 몸가짐에 신경을 쓰게 될 정도로 일관된 시선이었다.
그녀는 아마 나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내 방에 온 것도 분명 이곳에서 나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조용히 있는 건지 싶어 나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
"스승님 ......"
"......, 무슨 일이야? 필리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필리아가 내 이름을 중얼거리며 거리를 좁혀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내가 키가 작은 편이라 내가 필리아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형태가 된다.
...... 필리아, 조금 커졌구나.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아주 조금이지만 키 차이가 벌어진 것 같다.
매일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참고로 키뿐만 아니라 가슴도 아직 한창 자라는 중이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박력과 볼륨감. 자꾸만 힐끗힐끗 쳐다보게 만드는 매혹적인 마력과, 약간의 몸짓으로 흔들렸을 때의 압도적인 시선의 흡입력 .......
이런데도 아직 성장의 여지를 남겼다고 하니, 성장기란 참으로 무서워 .......
음 ...... 나도 앞으로 조금은 더 커질 수 있을까.
내 가슴 크기 따위는 상관없다고 말한다면 뭐 상관없지만, 필리아는 물론이고 시이나도 사실 꽤나 큰 편이니까.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는 친한 사이로 생각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