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6. ......점심, 먹지 못했네요(3)
    2024년 04월 14일 02시 04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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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님 ......"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한 나는 무작정 집 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느새 나는 내 방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습니다.
     창밖은 흐린 날씨에 어느새 폭우까지 내리기 시작했네요.
     커튼이 쳐져 있고, 방 안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밤처럼 어둡습니다.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는 것 같은 기분으로,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습니다.

     고개를 들 힘도 없이 엎드린 채, 스승님과 함께 보낸 날들을 떠올립니다.
     
     리무자드 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던 나약한 스승님.
     함께 있고 싶다. 목소리를 듣고 싶다. 만져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를 샀다고 고백했던, 부끄러워하면서도 어딘가 겁먹은 듯한 스승님.
     열이 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하자, 혼자 있게 해달라고 대답했던 연약한 스승님.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무방비 상태의 스승님. 함께 부엌에 서 있는 친근하고 가정적인 스승님.
     독서에 열중하는 즐거운 표정의 스승님. 마도서를 쓰고 있을 때의 진지한 스승님.

     생각해 보면, 스승님을 만난 그날부터 저는 항상 스승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스승님이 계셨기 때문에 매일이 즐거웠다. 스승님이 계셨기에 항상 웃을 수 있었다.
     스승님이 안 계실 때에도, 해가 지고 나면 돌아오실 스승님을 생각하면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스승님이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승님 곁을 떠난다는 것, 그것만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 그렇다면, 설령 어떤 결말이 오더라도 스승님 곁에 있어야 할까?
     언젠가 스승님이 고통받게 되더라도,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나만 행복하게 평생을 살아갈까?

     ...... 안 돼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만약 내가 불사이며, 언젠가 스승님이 사라지고 나 혼자만 영원히 남겨지는 운명이라면...... 나는 분명 그 앞날을 견딜 수 없을 겁니다.
     그 고통을 사랑하는 스승님께 무책임하게 강요하는 그런 잔인한 미래, 나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승님 곁을 떠나기도 싫고, 함께 있으면서 괴롭게 하는 것도 싫다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할 수 없다는 이기심.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며,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생떼입니다.

     ...... 스승님은 내가 진실을 알면 이렇게 괴로워할 것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던 ...... 스승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상냥하셨기 때문에.
     하지만 스승님이 우리에게 숨기고 있던 이것은, 지금까지의 어떠한 따스한 것과는 다른, 아주 잔인한 상냥함입니다.

     스승님과 계속 함께할 것인가. 스승님의 곁을 스스로 떠날 것인가?
     ...... 스승님이 없는, 삶 .......

    "............ 엄마."

     억지로라도 상상해 보려니, 스승님을 만나기 전의 내가 떠올랐습니다.

     철이 들 때부터, 우리 집에는 나와 엄마 둘만 있었습니다.
     단 두 명의 가족. 하지만 엄마에게 사랑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준 기억도, 손을 잡아준 기억도, 밥을 지어준 기억도.
     엄마는 나를 혼자 집에 남겨두고 매일같이 혼자 어딘가로 외출을 하곤 했습니다.
     굶어 죽지 말라고 책상 위에 남겨둔 최소한의 돈만이 엄마가 준 유일한 재산이었습니다.

     나와 어머니는 항상 다른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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