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4. 이렇게 누군가와 교류하고 싶어했었구나(5)
    2024년 04월 13일 18시 28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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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나를 이단이라 부르며 경멸했던 그들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나는 확실히 그들과는 달랐다. 그 아이와도 달랐다. 조금도 같지 않았다.
     나에게 동료란 없다.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누구와 접촉하든, 누구와 마음을 나누든, 어디까지나 영원히 혼자였다.
     불길하고 추악하고 오싹하다. 가까운 사람마저도 파괴하는 이단적인 존재.
     그것이 바로 나다.

    "아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불필요한 기억과 생각을 지워버리고서, 나는.......어쨌든 내 마음대로 살았다.
     마치 깃털처럼 몸이 가벼웠다. 머리도.
     아무것도 힘들지 않다. 괴롭지 않다.
     그 아이와 함께 보낸 날들이 떠오르지도 않고, 악몽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했던 세상이다.
     기분이 좋았다. 최고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단아답게 사는 것을 마음껏 즐겼다.
     ...... 그래. 즐겼다.
     즐기려고, 했다.

    "아하하하하! 아하, 하...... 하......"

     ...... 왠지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웃음은 멈추지 않는데,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 있는 것처럼 공허하다.
     느껴야 할 즐거움은 가짜처럼 현실감이 없다.
     그 느낌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모든 것이 이렇게 재미없을까?
     나는 나를 옭아매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을 텐데, 왜 이렇게 지루한 걸까?
     즐거운 일들만 계속 이어졌어야 했는데.

     마법이 불완전했던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 아무것도. 아무것도 ...... 느끼지 않는다.
     무엇을 해도. 그 아이를 떠올려도.
     그 아이를 만나기 전, 예전에 혼자였던 시절처럼.

     마법은, 정상이다.

    "......"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천 년이 지나면서, 나는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 마음을 속이는 거짓된 쾌락에 빠져들지도 않게 되자, 다시금 내 마음에 고통이 찾아왔다.
     그것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혐오감.
     아무리 그 감정의 기억을 마법으로 지워버리려 해도, 어느 사이엔가 그것은 내 안에 있다.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이제 끝나고 싶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도대체 몇 번이나 그걸 바랐을까.
     하지만 그 소원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녀석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난 이단이니까.
     내 의지로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이 불사의 저주가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괴로워서 몇 번이나 스스로 목을 졸랐는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약으로 뇌를 취하게 한 횟수도 한두 번이 아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고난과 역경. 벽과 언덕, 고난을 넘고 이겨내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하지만 극복할 수조차 없는 평탄한 길을 끝없이 걷는 것은 어떨까?
     내가 이 고통을 겪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고통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까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 있는 것일까?

    "제발 부탁이에요. 그 마을을, 당신의 손으로 ......"

     어느 날 나는, 인간의 마을 하나를 불태워버렸다.
     전염병이다. 마을을 가득 채운 그것은 이미 되돌릴 수 없었고, 다른 마을로 전염되기 전에 불태워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불태워버렸다. 아직 살아 있는 놈도 죽은 놈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날 지옥의 업불이 내 고향을 태워버린 것처럼.

    "끔찍한 ...... 왜 ...... 왜 이렇게 끔찍한 짓을."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후, 마을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성직자 여인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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