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이 벽을 넘을 수 없다.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재능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마음 같은 것이 부족한 탓일까.
어쨌든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흠. 나쁘지 않은 재능이네. 좋아, 이번엔 너로 하자."
내가 쌓아온 마도를, 재능이 있는 타인에게 전수하여 나를 대신해 벽을 넘도록 한다.
나로서는 넘을 수 없으니, 싫든 좋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게 잘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 다른 녀석들은 수명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보다 재능이 뛰어나도, 수천 년 동안 마법을 연구한 나에 비하면 그 누구도 어린애나 다름없다.
내가 서 있는 장소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모두 나와 같은 영역에 도달하기 전에 죽는다. 아무도 내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런 그들에게는 내가 마치 신의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들에게 《전(全)》으로 불리게 되었다.
마도의 모든 것을 아는 자. 모든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자. 그러므로 《전》.
정말 하찮다고 생각했다. 숭배하고, 찬양하고, 신봉한다. 그것은 이해의 포기와 동의어다.
그들에게는 내 앞에 펼쳐진 벽이 보이지 않는다.
더 뛰어난 재능이 아니면 안 된다. 그 시대에 두드러진, 유일무이한 재능이 아니면 안 된다.
100년에 한 명의 천재. 1000년에 한 명의 천재. 그런 존재를 찾아내고, 주워서 마도를 부여한다.
...... 그러나 현자로 불리게 된 녀석도 결국 마지막까지 나의 영역까지 도달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점차 나의 마음은 포기라는 단어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무도 이 벽을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해온 모든 것이 헛된 발버둥에 불과하고, 나를 끝장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아닐까.......?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제자를 거두었지만, 결과는 모두 똑같았다.
...... 만약 마법이 안 된다면, 다시 처음부터 불사의 존재를 죽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또다시 수천 년 동안 단서 없이 방황하게 될 것이다.
아니, 수천 년을 들여서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정말 영원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불안은 초조함을 낳는다. 초조함이 절망으로 변해간다.
나는 결국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무렵이었다.
그녀를. 나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별처럼 눈부신 재능을 발견한 것은.
"이 불꽃은 ...... 당신은 대체 ......"
"ㅡㅡ너, 나에게 마법을 배우도록 해. 참고로 거부권은 없으니까. 싫어도 배워."
거대한 애벌레 마물에게 습격당하고 있던 녀석을 구해준 후, 나는 첫마디로 그렇게 말했다.
그 녀석은 정말 이상한 녀석이었다.
귀가 긴 것으로 보아 종족은 엘프, 성별은 여자였다. 체격으로 보아 나이는 열 살 정도, 대략 소녀라고 불러야 할 나이.
그것이면 괜찮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있던 곳이 숲 속 깊은 곳, 마물이 활보하는 위험한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마법의 재능이 있으니 마법으로 빠져나왔을 줄 알았는데, 마물은커녕 애초에 마력을 조종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게다가 옷도 입지 않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 비뚤어지게 자란 것일까. 아니면 머리를 맞아서 반쯤 기억을 잃은 것일까.
상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부자연스럽게 결여된 그녀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떨어진 세계의 미아처럼 보였다.
이름을 원하던 그 녀석에게ㅡㅡ 나는 '할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